“광주시·전남도 눈치 좀 보지 말라.” “시장·지사가 눈치 보는 광주전남연구원을 만들어달라.”

18일 전남도의회에서 열린 광주전남연구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통합 5년을 맞이한 연구원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광주시·전남도의 눈치를 보느라 민감 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지역 싱크탱크 역할을 스스로 내던졌다는 날선 비판이 청문위원들로부터 쏟아졌다. 일부 청문위원들은 “시·도 연구원을 다시 분리해야 한다”는 통합 무용론까지 제기했다.

매년 시·도로부터 30억원씩 지원받아 연구원이 운영된다는 점을 언급한 김익주 광주시의원은 “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가 시·도 갈등을 해결하거나 핵심현안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적이 있었냐?”고 반문했다.

시·도 민감 현안으로 꼽히는 ‘광주 군공항 이전’, ‘빛가람 공동혁신도시’ 문제에 대해 후보자인 박재영(64) 광주대 부총장이 원론적 답변에 그치자, 김 의원은 “이런 답변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이번 기회에 시·도 연구원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박 후보자는 “연구원 분리는 힘들다. 조직 개편을 통해 1팀은 광주, 2팀은 전남, 3팀은 상생 연구과제를 맡기는 식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박문옥 전남도의원도 연구원의 시·도 눈치 보기를 질타하며 분리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의원은 “(민감 현안에서) 물리적 중립보다 연구원이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청문위원 10명이 거수하면 분리하자는 입장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집·장제성 광주시의원 등 거의 모든 위원들은 지역 싱크탱크로서 ‘연구원의 소신 연구’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에 박 후보자가 “시·도지사와 담판 짓는 것은 힘들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전부할 것이며, 외풍을 막고 지역에 필요한 연구와 방향제시를 하겠다”며 답하자, 김용집 의원은 “시장·지사 눈치보지 말고, 시장·지사가 연구원 눈치를 보게 만들어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일부 청문위원들은 연구원의 연구성과 부족을 지적하며 상벌제도 도입 등 성과제 도입을 요구했고, 박 후보자는 “취임한다면 3개월 이내 연구원 발전계획과 함께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제4대 광주전남연구원 원장 공모에 단독 응모했다. 2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전남도, 옛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등을 거쳐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인사청문회를 마치면 연구원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원장으로 임명된다. 임기는 3년이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