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장이 넘는 우유갑을 재활용, 기부하며 환경보전·이웃사랑에 앞장선 유치원이 있다.

광주시 북구 양산동에 있는 광주 인양유치원은 최근 유치원 원아 65명과 함께 우유갑 모으기 캠페인을 진행해 우유갑 1만개를 모아 제지업체에 건네고 고 화장지로 받아 이를 이웃돕기에 내놓았다.

인양유치원에서 근무 중인 유유례(여·48) 교사는 “급식 우유를 마신 뒤 갑이 그냥 버려지는 게 아까웠다.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광산구 청소년수련관에서 우유갑을 화장지로 바꿔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캠페인을 시작한 계기를 밝혔다.

“캠페인은 지난 2014년부터 시작했어요. 매해 5월 16일 아이들과 망월동 5·18 국립묘역에 찾아가 국화 대신 우유갑 화장지로 만든 꽃을 헌화해 왔습니다. 이 활동을 보다 의미있게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기부 활동으로 연계시켰어요.”

2019년도 캠페인은 9월부터 11월까지 3달여간 진행됐으며, 아이들은 유치원 현관에 달린 ‘우유갑 그래프’에 차곡차곡 스티커를 붙이며 재미있게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제 아이들은 유치원에 오갈때 쇼핑백이나 박스에 우유갑을 담아 오는 게 일상이 됐습니다. 우유갑을 잘 활용하면 자원이 된다는 것을 무의식 속에 체득한 셈이에요.”

유 교사에 따르면 최근 우유갑 1만여개를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처음으로 학부모까지 동참해 캠페인을 진행한 덕분이다. 유 교사는 적극 참여한 학부모 덕에 “화장지 값보다 택배비가 더 나오게 생겼다”며 웃었다. 택배로 제지업체에 우윳갑을 보내기 때문이다.

“중학교 교사를 하고 계신 부모는 중학교 아이들이 먹고 남긴 우윳갑 수십개를 가져오기도 하셨어요. 할머니도 3~4갑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한 아이는 ‘엄마가 우유갑을 모아오면 아빠가 씻어 말리고, 언니는 잘라서 펴놓는다’고도 했습니다.(웃음)”

이렇게 모은 우유갑은 인양유치원이 진행 중인 ‘빗물 저금통’ 활동과도 연계됐다. 비오는 날 거꾸로 뒤집은 우산, 고무대야 등을 이용해 비축한 빗물로 우유갑을 씻도록 한 것이다.

‘지속가능 발전 시범 유치원’으로 지정된 인양유치원은 다양한 기부 활동으로도 잘 알려졌다. ‘사랑의 쌀독’, ‘아나바다’ 등 활동에서 생긴 수익금을 양산동 주민센터에 기부했으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도 지속적인 기부를 하고 있다. 또 ‘빗물 저금통’으로 배추농사를 지어 김장배추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재활용한 화장지 60여개도 북구 파인빌 장애인거주시설 등에 기부됐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지금 나부터 실천하다 보면, 나비효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미래 살아갈 세상을 본인 스스로 지켜갈 수 있도록 실천하는 마음가짐을 심어주고 싶어요.”

유 교사는 이같은 활동들을 유아기 때부터 직접 체험해 생활화시키는 교육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동사무소, 청소년수련관 등과 각종 사업으로 연계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학부모뿐 아니라 지역주민 전체와 함께 우유갑을 모아 볼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어린 아이라도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