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세월을 안고 오랜 시간 방치돼 있던 한 폐가가 청년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광주청년유니온과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가 지난달 31일 청년공간 ‘틈’의 문을 열었다. 이 공간은 광주시 동구 동명동에 장기방치돼 있던 폐가로 청년 단체의 손길을 거쳐 새단장했다.

지난 2012년 창단한 광주청년유니온은 만 15~39세 청년을 대상으로 노동상담, 캠페인, 강연 등을 진행하는 청년 노동 조합이다. 2017년 문을 연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는 청년 부채, 빚 문제를 중심으로 상담·교육을 제공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광주 청년들을 위해 활동하는 두 단체는 지난해 7월부터 함께 ‘틈’을 만들기 시작했다.

김설(27)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은 ‘틈’을 “도심 지역 유휴공간 활용해 대안적 삶을 꾸려나가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 말처럼 ‘틈’은 1949년 지어져 70여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으나 최근 15여년 동안 빈 집으로 방치돼 있었던 한옥을 개조해 만들었다. 최근 ‘이색 카페 거리’로 입소문을 타며 크게 발전한 동명동 번화가에서 특히 대비되는 건물이었다.

“다양한 가게가 들어서며 발전하는 동명동을 보고, 청년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고자 한다면 돈을 써야만 한다는 현실을 발견했습니다. 소비중심적인 동명동 한복판에 청년들이 무료로 마음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만남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김 위원장은 ‘청년 커뮤니티 공간 조성’을 목표로 동구가 실시하는 공모사업 ‘청년상생비상 프로젝트’를 지원해 지원금 2500여만원을 전달받았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다양한 청년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틈’을 완성해 나갔다. ‘청년 삶기술학교’ 프로그램이 대표적으로, 광주에서 공방을 운영중인 목수를 강사로 초빙해 공구 다루는 법, 가구 만드는 법 등을 배우며 ‘틈’을 고쳐나가는 식이었다.

“집을 새로 짓다시피 했어요. 많은 세월을 버텨온 만큼 벽지가 7~8겹 붙어 있고, 천장도 낮고 집안 곳곳이 상당히 낡아 있었어요. 벽을 뚫는 작업부터 쓰레기 처리, 가구 제작까지 했는데, 처음엔 망치질도 제대로 못했던 이들이 나중에는 전문 기계도 다루게 됐어요.”

이렇게 완성된 ‘틈’은 한옥 건물과 사무 공간으로 활용되는 콘크리트 건물(별채) 2채로 구성돼 있다. 한옥은 방이 3개 있으며, 각종 행사용으로 쓰이는 가운데 방을 중심으로 양 측에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카페테리아 방과 응접실이 마련돼 있다. 마당도 다양한 공연·행사를 진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틈’이라는 이름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겼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의미하기도 하고, 청년들이 맞닥뜨린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틈을 내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또 직접 고치다 보니 실제로도 건물 곳곳에 틈이 많다는 점도 고려했고, 완벽하지 않은 공간인 만큼 많은 이들이 찾아와 틈을 메꿔주길 바란다는 소망도 내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틈’을 휴식 공간뿐 아니라 필요한 새 기술을 배우는 곳, 삶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또 광주청년유니온,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두 단체의 특성을 살려 청년 노동인권 강연, ‘내 지갑 워크숍’ 등 행사를 개최하고, 청년 바자회와 다양한 강연을 열 계획이다.

“건축이나 리모델링을 잘 모르는 청년들이 직접 개조를 하다 보니 속도가 느려요. 내년 봄까지 공간을 더욱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앞으로 이 곳을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청년들이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키워나가겠습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