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한 드라마에 여수 곳곳의 관광지와 역사, 설화 등을 녹여내 ‘재밌는 관광홍보영상’을 만드는 이가 있다. 여수시 ‘여수관광문화’ 유튜브를 운영 중인 김상욱(52) 여수시 마케팅팀장이다.

여수 출신으로 1994년 공직에 입문한 김 팀장은 최근 5년 동안 관광마케팅 업무를 맡아 왔다. 그는 지난 2015년부터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부터 편집까지 참여해 만든 웹 드라마를 해마다 1개 시리즈씩 공개하고 있다. 올해는 현대사의 비극 여순사건을 다룬 드라마 ‘동백’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김 팀장은 내년 4월 새 드라마를 개봉 할 예정이다. 이달 초 촬영을 마친 이번 작품 제목은 ‘호접몽’으로, 여수 반도가 나비 모양으로 생긴 데서 착안했다.

드라마에서는 2100년대 먼 미래의 주민 여미로가 2023년 현대 여수로 시간이동을 하며 생기는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작품 설정도 구체적이다. 김 팀장이 그리는 서기 2100년 미래는 대한민국 인구 수가 1000만명 아래로 떨어진 상황으로, 국가에서 ‘아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화두에 오른 저출산·고령화사회에 대한 경고를 담은 것이다. 드론이 승용차처럼 다니고, 로봇이 인간보다 많은 등 세세한 설정이 짜여져 있다.

김 팀장이 제작한 웹드라마는 여느 홍보 영상 콘텐츠와 달리 관광지 등을 크게 부각시키거나 이에 대한 설명을 나열하지 않는다. 여수 관광지는 배경에 불과하고, 드라마다운 스토리 전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직접 보여주며 설명하는 방식은 8~90년대 스타일이고, 요즘 사람들은 식상해서 잘 안 봅니다. 그래서 기존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또 유명하지 않더라도 느낌 있는, 감성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삼습니다. 여수 시민들도 잘 모르는 멋진 장소도 많이 등장해요.”

웹 드라마 시리즈 하나를 제작하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린다. 기획·구상에만 6개월이 걸리며, 편집·컴퓨터 그래픽 작업에도 2달여가 소요된다. 하지만 현장 촬영 기간은 일주일에 지나지 않는다. 시리즈당 2000~5000여만원 안팎으로 진행되는 ‘저예산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현장 촬영을 부족한 예산으로 해결하려면 ‘시간과 싸움’을 해야 합니다. 15~20명 정도의 촬영팀에게 숙식비, 장비 임차료 등을 줘야 하는데, 촬영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크게 늘어나거든요. 그래서 촬영기간만큼은 제가 밤새도록 따라다니며 관광지, 식당 등과 협조를 구하고, 사전답사만으로 나올 수 없는 계획적인 동선을 짜 줍니다.”

김 팀장은 지금까지 제작한 4편의 웹 드라마로 다양한 상을 받았다. 2016년 거문도 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웹드라마 ‘신지끼’로 국제영화제 ‘K웹 페스트’에서 베스트 프로덕션 디자인상을 받았으며, 이듬해 화정면 느티나무 전설을 토대로 한 웹드라마 ‘마녀목’으로 서울 웹페스트 베스트 브랜드 시리즈상을 수상했다.

“‘동백’이 ‘스페인 빌바오 웹 페스트’에 초청받았을 때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스페인 현지인들이 잘 모르는 여순사건을 다뤘지만, 스페인 내전을 그린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떠오른다며 박수갈채를 보내 주더라고요.”

김 팀장은 “최근 저를 김 작가, 김 감독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생겼다”며 “제 노력으로 여수 곳곳이 알려지니 보람차기도 하고 감사한 일이다.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여수를 더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