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광주·전남 지역의 많은 중소기업은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근로 시간이 단축되면 인력난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내년 1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대상 사업장이 50~299인으로 확대됨에 따라 광주·전남 지방 중소벤처기업청은 최근 이에 해당하는 이 지역 제조업체 427곳을 대상으로 ‘노동 시간 단축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35.4%인 151곳만 ‘완료했다’고 응답했으며 55.7%(238곳)는 ‘준비 중’, 3.8%(14곳)는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지역 기업들은 인력 충원과 인건비 부담, 생산량 감소 등을 애로 사항으로 꼽았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근로자를 더 고용하라는 취지인데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추가 고용보다는 조업 단축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 임금 축소에 따른 숙련 근로자의 이탈, 외국인 인력 의존 심화, 생산성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국회에 기업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해 도입 시기를 유예해 달라고 건의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등 경제 상황이 어렵고 대기업도 6개월의 계도 기간을 준 만큼 1년 이상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달 민주당 의원들이 대상 사업장을 규모별로 세분화해 2021~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같은 배경에서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노동 시간과 빈번한 산업 재해에 허덕이는 근로자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들은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쉽지 않은 만큼 준비 기간을 충분히 주는 것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