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반도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이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함에 따라 피해가 전 산업으로 확산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1100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관련 영향을 분석, 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의 영향이 미미했던 광주·전남지역 기업들도 규제 품목 확대 소식에 비상이 걸렸다. 주력 업종인 자동차·석유화학·전자부품·광산업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추가 규제땐 지역경제 직격탄= 지역 경제계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이어 기초소재 수출규제 품목을 추가하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상 품목이 자동차·석유화학·전자부품·공작기계 등 지역 주력업종이 대거 포함되는 탓이다.

광주상공회의소는 일본 수출 규제 품목이 추가되고 장기화되면 지역경제는 올 스톱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화학·공작기계 분야 기초소재 일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광주상의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초소재는 매우 취약하다. 기술력이 일본에 비해 10~20년 뒤처져 있다”면서 “자동차·화학·공작기계 분야의 기초소재가 일본에서 들어오지 않으면 광주·전남 주요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광주상의는 지역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출 규제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TV·스마트폰 액정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반도체 부품인 포토 리지스트(감광액·PR),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HF)) 규제와 관련해서는 광주·전남 경제에는 영향이 미미했다.

반도체 생산업체가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 한 곳 뿐인데다, 규제 품목이 엠코코리아 생산 아이템에 직접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 규제는 웨이퍼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주·전남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앰코코리아는 포토 리지스트를 30%정도 일본에서 수입하지만 대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재 남아있는 재고도 여유가 있고, 향후 장기적으로 수출 규제가 지속되더라도 일본이 아닌 국내나 유럽, 북아메리카 등에서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앰코 측의 설명이다.

◇정부, “가용 자원 총동원”= 정부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처음 성사된 한일 양자 실무협의에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국가(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정부가 한층 더 광범위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부는 대일의존도가 큰 소재부품 개발사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일본의 추가 보복 등 장기전에 대비해 ‘상응 조치’를 적시에 꺼낼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대미 외교전, 일본을 상대로 한 양자 협의, 제3자를 통한 진실규명 제안 등 외교적 해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예산·세제·행정절차 최소화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대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국회에서 심의 중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위한 예산을 최소 1200억원 이상 증액하기로 하고 이번 주 초 구체적인 사업 목록을 확정할 방침이다.

/박정욱 기자 jw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