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 있는 프로게이머 후배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프로리그가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리그 활성화를 위해 프로리그를 만들어 구단주가 되고 싶었습니다.”

온라인 게임 ‘피파온라인 4’ 최초로 K리그 구단인 전남드래곤즈의 후원을 성사시킨 여수 출신 이호(35) ‘전남드래곤즈 1st’ 대표는 피파온라인4 챔피언십 프리시즌 준우승 경력과 EACC 섬머 2017 우승, EACC 스프링 2018 3위 등 화려한 이력을 보유했다. 이 대회는 ‘피파온라인’ 게임을 만든 EA사가 주최하는 대회다. ‘피파온라인4’는 현역 축구 선수 캐릭터가 등장해 온라인에서 실제 축구와 같이 경기하는 것으로, 프리미어리그, K리그까지 전세계 축구 선수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 대표는 지난 2017년 안정적인 공기업을 그만두고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다. 에이전시 1st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피파의 경우 다른 게임과 달리 나이와 상관이 없다. 적지 않은 나이에 가족의 반대가 심했지만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면서 “지금은 가족들이 더 응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전남드래곤즈와 협약을 맺고 국내 최초로 프로리그 구단을 창단했다. 성남FC가 e-스포츠 선수 한 명을 영입해 대회에 출전한 전례가 있었지만 선수단을 꾸려 e-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것은 전남드래곤즈가 최초다.

전남드래곤즈는 1st에 팀 유니폼과 트레이닝복 등 제품을 지원했다. 팀 명칭도 기존의 1st(퍼스트)에서 ‘전남드래곤즈 1st’로 변경했다.

이 대표는 후배들로부터 소속 팀이 없어 고충을 겪는 후배들을 불러 모아 팀을 구성했다. 이후 에이전시를 만들었고 전남드래곤즈의 후원까지 성사시켰다.

이 대표는 “올초 에이전시를 만들고 어떻게 하면 이 판을 키울 수 있을까 생각했다”면서 “전남드래곤즈와 협약하면 축구팬의 관심도 끌고 우리 선수들도 소속감을 느끼는 등 윈-윈할 것 같아 전남드래곤즈에 팀 창단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전남드래곤즈와 인연은 팬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는 “여수서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전남드래곤즈 어린축구단에서 뛴 경험도 있는 전남을 사랑하는 오랜 성골팬”이라며“ K리그 득점왕과 신인상 받은 ‘캐논슈퍼’ 노상래의 오랜 팬으로 그의 하프라인 프리킥 슛은 아직도 못 잊고 있다 ”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지난달 후배 2명과 함게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EACC 스프링 2019’ 한국 대표(3팀) 참가하기도 했다.

아쉽게 본선에서 탈락했지만 국내 예선전에서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 대표는 “큰 대회 경험이 없던 후배들을 위해 출전한 대회에서 기적적으로 한국 대표 자격을 얻었다”면서 “대회 직전까지는 에이전시 사업에 전념하기 위해 은퇴생각도 있었는데 선수들이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후원이 저조해 힘들기도 하지만 최초로 K리그 구단과 손을 잡은 만큼 선구자라는 생각을 갖고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시간이 흘러 전남드래곤즈의 성적도 회복되면 축구선수들과 게임 대결 등 전남드래곤즈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축구팬과 게임팬에게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후배들이 게이머로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전남드래곤즈 1st이 잘하면 다른 프로구단도 관심을 보일 것이고 프로리그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