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가 가족이 된 것은 6년 반 전의 일이다. 어느 날 중학생 딸이 새끼 고양이를 집에 데려왔다. 토종 고양이인 ‘코리안 숏헤어’라는 품종으로 살구색 줄무늬가 있는 ‘치즈 태비’였다. 생후 6개월쯤 된 듯 보였는데 앙증맞은 모습이 귀여웠다.

　‘예뻐서 잠깐 데려왔다’는 딸의 말에 속아 시작한 동거는 지난주 여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면서 끝이 났다.

　너무나 허망한 죽음이었다. 2주 전 갑자기 여리가 사라졌다. 출근길에 나서면서 잠깐 현관 문을 열고 닫았는데 그 사이 집을 나간 것이다. 밤늦게 귀가한 가족들이 집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보이지 않았다. 경비실에 확인해보니 3층 아파트에서 모르는 고양이가 들어왔다는 신고를 받고 119가 출동해 포획해 갔다는 말이 돌아왔다. 계단에 있다가 3층 문이 열리자 쏜살같이 들어갔는데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침대 아래에 숨어 있다 잡혀간 것이다.

　119를 통해 동물보호소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날 데려왔다. 24시간의 외출(?)이었지만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듯 했다. 동물 병원에서 검사를 위해 마취 주사를 두 대나 놓았지만 끝내 잠들지 않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쓰러진 놈이 아니던가.

　문제는 다음날부터 시작됐다. 음식은 물론 물조차 전혀 먹지 않더니 가끔씩 토하기를 반복했다. 까탈스런 성격 탓에 며칠 지켜본 후 병원에 갔지만 이상이 없었다. 1주일 만에 다시 찾은 병원에서 전염병 감염이 원인이란 얘기를 듣고 입원시켰다. 잠복기라서 처음에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성묘여서 치사율이 높지 않다는 말을 듣고 안심했다. 퇴근 무렵 쇼크가 발생했다는 병원의 연락을 받고 달려갔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화장터에 들러 유골함을 들고 밤늦게 귀가했다. 모든 게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다.

　‘소확행’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소확행 하나가 사라졌다. 아침이면 몸을 비비면서 애정을 표현하던 여리를 볼 수 없다니 상실감이 크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