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고 나발이고 난 무서운 것이 아무것도 없어. 다시 내 인생을 돌아보기 싫어, 내 인생만치 무서운 게 어딨어.”

70평생, 산전수전 다 겪은 할머니에게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외친다. “인생 얼마 안 남은 거 알지만 지금보다 더 열정적으로 살아보겠다”고.

“일흔 하나에 인생이 부침개처럼 확 뒤집혀 버렸다”는 73세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가 화제다. 영광 출신으로 CJ ENM 다이아TV 파트너 크리에이터이자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를 운영하는 그녀는 현재 구독자 수 89만명 이상을 확보한 거대 유튜버다. 최근에는 유튜브, 구글의 CEO까지 만났고 그들로부터 “당신의 이야기는 내가 본 그 어떤 사람보다 더 많은 영감을 준다”는 말도 들었다.

박 할머니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17년 3월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이 히트를 치면서다. “바르는 순서 없어. 막 찍어 바르는 거여” 화장품을 하나 하나 들어 보이며 화장법을 설명하는 할머니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재치있는 입담으로 화제가 됐고 이 영상의 조회수는 현재 258만에 달한다.

박 할머니는 ‘막 대충 만드는 비빔국수 레시피’(438만), ‘욕했던 연예인을 눈 앞에서 만났을 때’(287만명) 등 지금까지 요리 레시피, 일상 생활 등을 주 콘텐츠 삼아 200여개의 영상을 게시해 1억5000만여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실버 크리에이터계 독보적 존재인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이자 박막례 채널 PD 김유라 씨가 그들의 ‘인생 역전’을 담은 에세이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위즈덤하우스)를 출간했다.

책에는 박 할머니의 73년 인생과 유튜버로서의 인생 역전기가 생생하게 담겼다. 가난한 농부집 2남 4녀 중 막내딸로 태어나 글도 못 배우고 집안일을 하며 살았던 시절부터 시작해 스무살에 결혼해서도 밖으로 나돌기만 하는 남편 대신 홀로 일하며 세 아이를 키웠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파출부, 식당일, 리어카 과일장수, 엿장수를 전전했고 여의도에 ‘광주식당’을 차리고 죽어라 일을 했지만 사기를 당한다.

매일같이 일만 하다 일흔이 됐을 무렵, 박 할머니는 치매 위험 진단을 받았다. 치매가 ‘스스로에 대한 무관심’으로 악화된다는 말을 들은 손녀 유라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달려와 할머니와 ‘효도 여행’을 떠났고, 당시 촬영한 영상들을 앨범 삼아 유튜브에 올렸다. 30~40여회에 불과했던 조회수는 입소문을 타고 순식간에 100만으로 뛰었다.

일본 돗토리현 모래사구에서 보트를 타고, 크루즈 여행을 하며 외국인들과 매일 밤 춤을 췄다.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더니 77층 높이의 전망대에서 건물 외벽 등반 체험까지 서슴없이 나섰다. 이탈리아, 호주, 미국, 독일 등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기록을 남겼다.

호탕하고 유쾌한 박 할머니가 담긴 영상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까지 끌어올 만큼 나날이 인기가 높아지며 그녀를 스타 유튜버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박 할머니는 이 때부터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회고한다.

책은 유튜브 채널의 성장과정과 박 할머니의 변화, 손녀의 할머니를 향한 존경심과 애정을 세심하게 기록했다. 박 할머니의 사투리 섞인 말투를 그대로 살렸고 각 영상 촬영 당시의 현장 사진도 함께 담았다.

박 할머니는 책의 에필로그에서 “세상에서 내 인생이 제일 불쌍하다 싶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말이여. 일흔 한 살에 이런 행복이 나한테 올줄 알았냐”며 “앞으로도 막례는 계속 간다”고 말했다. 손녀 김씨는 “하루아침에 ‘잭팟’이 터진 할머니를 보고 조금이라도 당신의 삶에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실버 세대에 응원을 보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