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무엇을 배우셨나요?”

작가 하이케 팔러는 초등학생부터 아흔살 할머니까지 다양한 이들을 만나 이렇게 물었다. 난민의 기족도 만나고 몰락한 동독의 기업가도 만나며 다양한 세대와 종교, 인종을 아우르는 이들에게 질문을 던진 그는 이 답들을 기반으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잡지 ‘차이트’ 편집자를 맡고 있는 작가 하이케 팔러와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트터 발레리오 비달리가 펴낸 ‘100 인생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100가지의 장면을 통해 만나는 ‘인생’이다. 섬세한 글과 감각적인 그림이 인상적인 그림책은 우리의 삶을 찬찬히 돌아보게 만든다. 작가는 갓 태어난 조카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미라처럼 천에 돌돌 싸여서 침대에 누운 채 빛나는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조카를 보며 작가는 그 앞에 앞으로 얼마나 기묘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까 생각한다.

어른이 되면 세상 일에 너무 익숙해져서 ‘큰산이나 보름달 사랑 같은, 많은 걸 당연한 걸로 여기게 되는’ 시절이 올 것이고 ‘그런 것들의 위대함을 다시 볼 수 있으려면 새로운 눈으로 보는 법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한 그는 삶이 흐르는 동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얼마난 달라졌는 지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입장’의 사람을 등장시킨다.

‘0세’에 등장하는 그림은 유모차에서 아이를 안아 올리는 엄마와 아빠의 뒷모습이다. ‘난생 처음 네가 웃었지. 널 보는 이는 마주 웃었고.’라는 글과 함께 실린 그림은 읽는 이들도 미소짓게 한다. 블레이드를 타고 다니는 그림에는 ‘벌써 엄마 아빠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고’(12세)라는 글이 담기고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서 영원히 함께 있다고도 생각하고 그러지 않는 게 좋다고도 생각하는 20대를 거쳐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이 상대적이라는 것도 배운다(30대). ‘멋진 풍경을 보며 마시는 커피 한잔’(53세), ‘한번도 안 깨고 자는 일’(49세) 등 작은 일에 감사하는 중년을 넘어 ‘세상에 무심해져 달 한번 제대로 올려다보질 않는 시절’(56세)을 건너고, ‘이제는 나이를 한 해 한 해 세는 게 아니라 행복하게 보내는 순간 순간을 세고 있는 때’(81세)도 있다. 99세의 ‘마지막’은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라는 글과 함께 나비가 등장한다.

작가가 마음을 담아 써낸 한두줄의 문장을 그림으로 구현해낸 일러스트는 더없이 아름답고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내 나이의 페이지를 펼쳐보았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글과 그림에 오래도록 시선이 머문다. <사계절·2만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