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여부’가 광주스쿨 미투 교사들의 운명을 갈랐다. 다수학생을 대상으로 혐오감을 주거나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언어적 폭력을 하는 등 경향성·의도성을 보이면서 학생들 사이에 이른바 ‘변태교사’로 찍힌 교사 9명은 법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반면 단순 1회성에 그쳤거나 사안이 미미한 교사 12명은 사실상 ‘혐의 없음’인 불기소 처분을 받고 교단으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이들 교사들이 이미 미투교사로 낙인찍혔다는 점에서 다시 교단으로 돌아갈 경우,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과 함께 해당 학교의 학사행정 등에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전현민)는 “지난해 광주 A여고와 B고교에서 발생한 스쿨 미투 사건에 연루된 교사 9명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과 아동복지법 위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14일 밝혔다.

앞서 해당 여고 교사 2명과 모 고교 교장은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추행) 혐의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경찰은 이들 3명을 송치한 후 추가로 여고 교사 17명과 고교 교사 4명 등 21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검찰은 검찰 시민위원회·부장검사 전체 회의 등을 거쳐 추행과 정서적 학대가 인정되는 9명을 기소했다. 검찰은 나머지 교사 12명에 대해선 정서적 학대 여부를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불기소를 결정했다. 정서적 학대는 아동의 정신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할 경우 적용받는다.

기소된 교사는 2010년과 2016∼2018년 재직 중인 고등학교에서 다수의 여학생을 상대로 추행하거나 언어폭력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교사는 학생의 등을 쓰다듬고 속옷 끈을 만지거나 체육관에 들른 여고생을 껴안는 등 추행했다.

검찰이 정서적 학대를 적용해 기소한 교사 9명의 사례를 살펴보면, 교복단추가 풀린 학생에게 “이렇게 하면 남자친구가 좋아하느냐”고 희롱하고, 속옷이 약하게 비친 웃옷을 입은 학생에겐 수업시간 내내 살이 비치는 패션을 뜻하는 ‘시스루’라고 놀려댔다. 또 다른 교사는 학생의 손목을 잡고 “나 말고 다른 사람 사귀는 것은 아니지”라고 말했다가 기소됐다.

검찰은 또 청소하는 학생에게 심한 욕설을 하거나 학생의 머리채를 움켜쥔 행위도 정서적 학대로 봤다. 한 교사는 학생에게 수박을 건넨 다음 “뭘 그렇게 빨리 먹느냐. 남편하고 첫날 밤에도 빨리할 거냐”고 희롱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또 다른 교사는 여학생의 집 앞에서 자정 무렵까지 기다린 뒤 귀가하는 학생에게 초콜릿을 주면서 ‘좋아한다. 이것주려고 왔다’고 말하는가 하면, ‘보고싶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고 학습교재 등에 하트를 그리는 등의 행위를 했다가 정서적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은 다만 “사랑하는 OOO(학생이름)야, 너 나 짝사랑 하지”, “너는 예뻐서 봐주는 거야”, “넌 여자니까 나한테 애교를 떨고 기분도 맞춰야 한다”, “여자 대통령이 나오니 나라가 이 모양이다”는 등의 발언에 대해선 부적절하지만, 정서적 학대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하고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밖에 한 교사가 수업시간에 “남자와 여자는 함께 있으면 열이 나는 부분이 다르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선 학생들이 해당 행위가 발생한 날짜 등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혐의적용을 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를 기준으로 아동의 정신건강과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하거나 발달에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결정했다”면서 “2000년 이후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혐의 적용이 강화되고, 학생들의 변화된 성 의식을 교사들이 못 따라온 부분이 크다”고 밝혔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