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문예회관장 인선 소식을 듣고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이럴려고 그렇게 기사를 써왔나” 하는 허탈감도 밀려왔다. 지역 예술인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너무 한 것 아니냐.” 최근 문화 단체 관련 인선을 지켜본 지역 예술인들 가운덴 이제 “광주시 문화 정책에 기대할 게 없다”는 탄식도 나왔다.

전문성을 갖춘 민간인 문예회관장은 오랜 숙원 중 하나였다. 언론과 문화계, 의회 등에서는 경쟁력을 위해 숱하게 개방형 관장제 도입을 요구하는 기사를 쓰고 토론회를 열었고 ‘마침내’ 28년만에 민간인 관장 시대를 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연 예술계를 잘 아는 전문가’가 발탁돼 지역 최고의 공연예술기관의 위상을 만들어가길 바랬던 바람은 삐그덕대고 있다. 이번에 선임된 성현출 관장은 문화예술 전문가라기보다는 이용섭 시장의 선거를 도운 정치인에 가까운 인물이다. 문화 관련 이력으로 내세운 지역 문화원장도 ‘향토문화 계승’을 주 사업으로 하는 단체다. 326억원의 예산에 8개 시립예술단체를 운영하며 ‘지역 공연예술 저변 확대에 중추적 역할을 책임지는’ 관장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게 ‘코드 인사’다.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코드 인사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철학을 같이하는 이들을 ‘제대로 된 자리’에 임명한다면 효율적인 시정 운영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최근 이뤄지고 있는 광주시 인사는 전문성, 능력과는 동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내정설이 돈 성 관장 선임은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지원 포럼 회장 등 문화계에서 지탄받아온 문제적 인사의 ‘정점’을 찍은 듯하다.

최근 이 시장은 ‘민선 7기 광주시 문화정책’을 발표하며 ‘품격있는 문화도시 광주’를 목표로 내세웠다. 시의 정책은 현장 활동가들이 함께 뛰지 않으면 구현될 수 없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지인 인사’를 반복하며 예술인들의 사기를 꺾어 버리고, ‘시장에게 줄서야겠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오는 요즈음의 광주 문화계의 정서를 이렇게도 읽지 못한다면 문화부시장 제도는 이제 유명무실한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김미은 편집부국장·문화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