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관직은 정1품에서 종9품까지 18등급으로 품계를 나눴다. 이 중 정1품은 현재 국무총리급에 해당하는 직위로 영의정·좌의정·우의정 등 삼정승이 이에 해당된다. 이어 현대인들이 사극 등을 통해 귀에 익은 직위로는 정2품에 판서와 대제학, 종2품은 참판·관찰사·내금위장·수군통제사 정도일 것이다. 정3품 대표직은 도승지, 종3품에는 절도사 등이 있다.

이 밖에 많은 관직들이 있지만 역사학자들에게 조선 시대 최고 요직을 하나 꼽으라면 정1품의 정승보다는 정5품의 이조전랑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이조전랑(吏曹銓郞)은 인사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조전랑은 정5품 정랑과 정6품 좌랑을 합쳐 부른 말이다. 품계는 낮았지만 각 부서 당하관(정3품 이하 관원)의 천거, 언론 기관인 삼사(사헌부·사간원·홍문관)의 관리 임명, 자신의 후임 지명권 등을 가지고 있어 권한이 막강했다. 굳이 따지자면 현재의 민정수석 정도로 볼 수도 있다. 특히 이조전랑은 중죄가 아니면 탄핵받지 않았고, 대부분 전랑을 거치면 정승이 될 수 있었다.

이처럼 인사권과 언론권을 동시에 장악할 수 있는 자리인 탓에 조선 시대에는 이조전랑 자리를 놓고 당파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이조전랑을 차지한 파벌은 집권 세력이 아닐지라도 꾸준히 주요 자리에 자신들의 사람을 심어, 후일을 도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에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르내리는 공무원 직위가 있는데, 바로 5급 사무관이다.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압력(?)을 제기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인터넷 실시간 검색 1위에 오르면서 사무관이라는 용어를 모르는 이가 없게 됐다. 별정직 5급인 청와대 행정관이 토요일에 육군참모총장을 불러냈다는(?) 의혹 보도도 있었다.

사무관은 5급 공무원으로서 정부 기관에서는 실무 공무원이지만 광역 지자체에서는 실무 부서 계장이며, 기초단체에서는 해당 부서 과장으로 간부 공무원 역할을 수행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공무원들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인지, 국가의 기강이 무너진 것인지, 이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답답할 뿐이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