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갈치 낚시를 위해 출항한 어선이 경남 통영 해상에서 화물선과 충돌해 다섯 명이 숨지거나 실종되는 참사가 빚어졌다. 이 사고는 두 선박이 상대의 위치를 알고 있었음에도 서로 피해 갈 것이라는 생각에 안일하게 대처한 데다 승객 일부는 구명조끼조차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전형적인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해양경찰청과 여수시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새벽 4시 30분께 경남 통영시 욕지도 남방 80㎞ 해상에서 14명이 타고 있던 여수 선적 무적호가 파나마 선적 화물선 코에타호(3381t)와 충돌해 전복되면서 선장 최 모(56) 씨 등 세 명이 사망하고 두 명이 실종됐다. 조사 결과 두 선박은 상대를 먼 거리에서부터 식별하고도 속도만 다소 늦추었을 뿐 항로를 바꾸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직전에야 뒤늦게 항로 변경을 시도했으나 결국 충돌을 피하지 못했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무적호에 설치된 선박 자동 식별 장치(AIS)나 어선 위치 발신 장치(V-Pass)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 당시 사망자들을 포함한 네 명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낚시 인구는 최근 700만 명으로 추정될 만큼 폭발적으로 늘었으며 이에 따른 낚싯배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고 예방을 위해 구명 장비 비치와 교육 이수, 통신기기 작동 상태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지만 선상 낚시를 즐기는 동호인들의 안전 의식은 여전히 미흡하기만 하다.

따라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낚시 어선의 안전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철저히 점검해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상당수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낚시 면허제를 도입해 공유 자원인 어족 자원을 보호하고 안전한 낚시 환경을 조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