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복률 광주전남민언련 이사] 광주 ‘동·북구’ 통합 ‘무등산구’로 하자
2019년 01월 04일(금) 00:00 가가
광주동초등학교는 동구에 있지 않고 광주시 북구 석곡로에 있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요금소 또한 동구와는 무관한 북구 장등동에 있다. ‘주민 의견 무시한 동구 편입 절대 반대’라고 적힌 현수막을 보며 초등학교 4학년생인 아들 녀석이 내게 묻는다. ‘아빠 북구가 어려워서 동구에 팔려고 그런 거예요?’라고. 딱히 설명하기 어려워 ‘동구가 어려워 북구에서 떼어주려고 하는 거란다.’고 군색한 대답을 하면서 웃음이 터졌다.
현재 광주시 행정구역 자치구간 경계 조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시점에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자치구 명칭을 도입해 광주의 가치를 재창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구 10만 명도 되지 않는 동구와 40만 명이 넘는 북구를 통합해 ‘무등산구’로 명칭을 변경하고, 현재 동구의 원효사 지구와 북구의 증심사 지구로 나뉘어 있는 국립공원 무등산 관리 지자체를 하나로 묶어 행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북구의 일부와 광산구의 일부를 떼어내 가칭 ‘첨단구’를 신설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동서남북의 방위 개념을 답습한 광주시 자치구 명칭이 광주시청을 기준으로 했을 때 현재 방위에 맞지 않을뿐더러 지역 정체성과 역사성을 반영하지 못한 명칭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해운대구나 경북 울진의 금강송면처럼 말이다.
바다, 호수, 강이 없는 내륙 도시 광주에서 무등산은 시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찾을 수 있고 조망할 수 있는 바다요 호수와 같다. 이 무등산 정상의 세 봉우리 천(天), 지(地), 인(人)은 삼재(三才)를 중심으로 시간, 공간, 인간이 공존하는 우주를 뜻하는 주역 철학이 스며있는 영험한 산이다.
그러나 이제는 무등산을 아무 데서나 아무렇게나 바라다볼 수 없게 돼버렸다. 실개천 하나 없는 사막화된 광주라는 도시의 최대 비극적 요소는 건설 자본에 의한 거의 무제약적인 물리적 팽창의 과정과 싹쓸이식 도심 재개발에 있다. 동개천과 용봉천의 꿈틀거리는 도심의 생명을 어거지로 덮어 하수구로 만들어버린 야만 앞에 광주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광주는 최근 20~30년 사이에 상업의 충장로와 금융의 금남로를 포함한 구 도청 중심 단핵 집중의 도시에서 여러 구심점을 갖는 다핵적 도시로 변화했다. 그간 광주시의 주택 정책은 공급이 까다로운 구도심의 재개발, 재건축 보다는 도심 외곽에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공급하여 도시의 외연을 확장하는 정책이 중심이 되었고, 이러한 정책의 직접적인 산물이 동구와 북구의 쇠퇴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봉책 수준의 자치구간 경계 조정은 획기적인 경제, 문화, 교육 여건 개선이 없을 경우 다시 더 좋은 조건의 지역으로 인구 유출만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광주라는 도시가 끊임없이 물리적으로 직선적인 팽창을 계속해 왔다고 한다면 그 팽창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제한의 원리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광주는 팽창의 논리만 생각했지 제한의 논리를 생각지 못했다. 피렌체(Firenze)나 산토리니(Santorini), 교토(京都)가 건물의 고도와 색깔을 제한하여 고도(古都)의 특수성을 유지하는 것과도 같은 여러 방식의 제한성은 모든 도시의 필연적 요소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용적율 제한, 대지의 소유 범위 제한, 수평적 범위의 제한, 교통의 제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비율 제한 등 이러한 모든 제한성은 도시의 원리로서 반드시 존중되어야 할 가치인 것이다.
광주의 구도심인 중앙초등학교 인근에 18층짜리 고층 업무용 빌딩이 들어선다는 얘길 들었다. 안될 일이다. 확대의 논리에는 반드시 제한의 논리가 필요하다.
도시도 하나의 생명체이다. 생명이라는 유기체가 탄생과 죽음이라는 필연적 운명을 거역할 수 없다면 도시도 탄생과 죽음이라는 희비의 드라마를 연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광주라는 도시는 1896년 나주 단발령 사건으로 나주에 있던 관찰부가 광주로 옮겨오면서 시작되었다고 역사가들은 기록하고 있다. 사멸해버린 문명과 더불어 폐허만 남긴 채 관광객의 발길만 끌고 있는 죽음의 도시를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자치구 구간 경계 조정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름만 들어도 광주의 정체성과 유래가 한눈에 그려지는 ‘광주광역시 무등산구’를 함께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광주는 최근 20~30년 사이에 상업의 충장로와 금융의 금남로를 포함한 구 도청 중심 단핵 집중의 도시에서 여러 구심점을 갖는 다핵적 도시로 변화했다. 그간 광주시의 주택 정책은 공급이 까다로운 구도심의 재개발, 재건축 보다는 도심 외곽에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공급하여 도시의 외연을 확장하는 정책이 중심이 되었고, 이러한 정책의 직접적인 산물이 동구와 북구의 쇠퇴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봉책 수준의 자치구간 경계 조정은 획기적인 경제, 문화, 교육 여건 개선이 없을 경우 다시 더 좋은 조건의 지역으로 인구 유출만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광주라는 도시가 끊임없이 물리적으로 직선적인 팽창을 계속해 왔다고 한다면 그 팽창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제한의 원리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광주는 팽창의 논리만 생각했지 제한의 논리를 생각지 못했다. 피렌체(Firenze)나 산토리니(Santorini), 교토(京都)가 건물의 고도와 색깔을 제한하여 고도(古都)의 특수성을 유지하는 것과도 같은 여러 방식의 제한성은 모든 도시의 필연적 요소로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용적율 제한, 대지의 소유 범위 제한, 수평적 범위의 제한, 교통의 제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의 비율 제한 등 이러한 모든 제한성은 도시의 원리로서 반드시 존중되어야 할 가치인 것이다.
광주의 구도심인 중앙초등학교 인근에 18층짜리 고층 업무용 빌딩이 들어선다는 얘길 들었다. 안될 일이다. 확대의 논리에는 반드시 제한의 논리가 필요하다.
도시도 하나의 생명체이다. 생명이라는 유기체가 탄생과 죽음이라는 필연적 운명을 거역할 수 없다면 도시도 탄생과 죽음이라는 희비의 드라마를 연출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광주라는 도시는 1896년 나주 단발령 사건으로 나주에 있던 관찰부가 광주로 옮겨오면서 시작되었다고 역사가들은 기록하고 있다. 사멸해버린 문명과 더불어 폐허만 남긴 채 관광객의 발길만 끌고 있는 죽음의 도시를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다. 자치구 구간 경계 조정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름만 들어도 광주의 정체성과 유래가 한눈에 그려지는 ‘광주광역시 무등산구’를 함께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