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바사키 코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 ‘달팽이 식당’은 도시에서 상처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 식당을 연 주인공이 음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츠바키문구점’은 11대째 지속돼 온 가마쿠라 문구점을 이어받아 편지를 대신 써주는 일을 하는 주인공의 성장기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바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위로와 감동을 준 두 작품은 모두 원작자가 있다. 소설가 오가와 이토다.

그녀의 신작 ‘마리카의 장갑’은 또 한편의 따뜻한 소설로 읽는 내내 포근한 털실 장갑을 손에 끼고 있는 듯한 행복한 마음이 든다. 작품의 배경은 일본이 아닌, 가상의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으로 그녀가 라트비아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번 소설은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동화같은 이야기다.

“마리카가 첫울음을 터뜨린 것은 어느 추운 겨울 아침이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소설은 태어나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엄지장갑과 함께 살아가는 나라 루프마이제공화국을 무대 삼아 마리카라는 한 여자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간다.주인공 마리카는 건국 30년 만에 나라를 빼앗기고 남편과 생이별을 하는 등 역경을 겪지만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간다. 작품의 배경이 된 라트비아 역시 과거 수차례 강대국의 점령과 박해를 받았던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루프마이제공화국. 꽃과 나무의 정령을 믿는 소박한 사람들이 사는 이 나라에는 손에 꼭 맞춘 뜨개 장갑과 평생을 함께 하는 전통이 있다. 마리카의 일생에도 중요한 순간마다 특별한 장갑이 함께한다. 태어나자마자 할머니에게 받은 첫 번째 장갑, 첫사랑에게 직접 떠서 선물한 장갑, 청혼을 수락하는 의미가 담긴 장갑, 소중한 사람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소망이 깃든 장갑 등이다. 여행에 동행한 일러스트레이터 히라사와 마리코의 섬세한 삽화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보석함처럼 반짝이는 라트비아라는 작은 나라에서 이야기 조각들을 모았다. 그곳에서 만난 숲, 바람, 햇빛, 호수, 사람들의 선량한 웃음이 독자 여러분께 전해지길 바란다” 고 말했다.

책 말미에는 오가와 이토의 라트비아 여행 에세이와 히라사오 마리코의 일러스트를 수록했다. <작가정신·1만3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