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법인의 ‘노사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둘러싼 마찰로 무산 위기에 봉착한 ‘광주형 일자리 완성차 공장 설립사업’(이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광주시가 먼저 지역노동계를 설득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2투자자인 현대자동차가 합작법인의 지속가능성과 경영 안정을 위해 이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제1투자자 자격으로 시민 혈세를 투입하고 추가 투자를 이끌어야 하는 광주시 역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합작법인 운영주체인 광주시가 완성차 공장을 설립·운영해 성과를 낸 뒤에는 임직원과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 사안을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사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임금 협상 유예’로 받아들이는 지역노동계를 상대로 ‘합작법인 운영 성과의 공개 및 공유’를 약속함으로서 ‘임금 인상을 억제하려 한다’는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6일 광주 노사민정협의회의가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제1조 2항의 삭제 또는 수정을 결의한 뒤 광주시가 현대차와의 재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염원하는 목소리를 내고, 서명서까지 받아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전달했지만 별다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장 역시 협상팀 단장을 맡기로 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현대차의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이에 따라 광주시가 현대차를 상대로 광주노사민정협의회 결과 수용을 요청하기보다는 합작법인의 초기 임금 협상 유예를 우려하는 지역노동계의 불안감을 불식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가 광주시와 현대차, 금융기관 등으로 합작법인을 구성해 자동차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의 사례로, 조기 경영 안정을 위해서는 자동차 생산·판매의 노하우를 지닌 현대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투자자이자 생산 위탁기업인 현대차가 단순한 임금 억제 측면이 아닌 합작법인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만큼 시민 혈세, 국비 등을 투자하는 광주시가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광주시는 합작법인의 경영이 안정되고 그에 따라 수익이 창출되면 이를 광주시민에게 공개하고 임직원과 시 전반에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노동계가 우려하고 있는 임금 인상 억제의 불안감을 점진적으로 해소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금 협상 유예가 현 노동법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운영주체인 광주시가 합작법인의 운영 과정에서 지역노동계의 주장을 수렴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노동 분야 전문가는 “현재 지역노동계가 독소조항이라고 반대하고 있는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제1조 제2항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며 “이는 투자자인 현대차와 지역노동계가 아닌, 핵심 운영주체인 광주시와 앞으로 합작법인에서 일하게 되는 노동자와 관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노동계가 합작법인의 투자자인 현대차를 합작법인의 경영주체로 보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현대차와의 협상팀 단장을 맡은 이용섭 광주시장은 11일 간부회의에서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일부 비판에 흔들리지 말고 시대정신과 시민만 믿고 담대하게 나갈 것”을 주문했다. 그는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지자체 주도형 노사상생 모델이라서 예기치 못한 난관들이 참 많다”며 “그런데도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을 제외하고는 다른 쟁점들을 모두 합의한 것은 나름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자 간에 신뢰만 회복되면 마지막 쟁점도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노사상생발전협정서 제1조 제2항은 “각 사업장별 상생협의회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 상의 원칙과 기능에 근거해 운영되도록 하고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 안정 및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누적 생산목표 대수 35만대 달성 시까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6일 노사민정협의회는 ▲1안 제1조 2항의 전체를 삭제하거나 조항 중 35만대를 삭제 ▲2안 “신설법인 상생협의회 결정사항의 유효기간은 조기 경영안정 및 지속가능성 확보를 고려해 결정한다”로 수정 ▲3안 “결정사항의 효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한다”로 수정 등을 조건으로 현대차와의 잠정합의안을 결의한 바 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