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발레교실 ‘발레하마 4기’ 수업 모습.

조명이 비치는 무대에는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호두까기 인형’이 흐르고 다양한 연령대의 무용수들은 연신 우아한 몸짓을 선보인다. 이들의 토슈즈는 제법 닳아있지만 이는 프로가 아닌 ‘초보’ 무용수들의 무대다.

지난달 찾은 ‘광주문화예술회관 발레교실’ 작품발표회장은 전문 무용수 못지 않은 열정으로 가득했다. 발레교실에 참여한 시민 100명은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동안 연습한 작품을 이날 문예회관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광주시립발레단의 단원들이 직접 강사진으로 나서는 ‘발레교실’은 지난 2007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500명이 넘는 수강생을 배출했고 최근 직접 발레를 배우려는 사람이 늘면서 매회 신청 때마다 ‘클릭 경쟁’이 치열하다.

유아 초·중·고급, 성인반, 가족발레반으로 나뉜 발레교실에서는 수강생들이 발레 동작을 배울 뿐 아니라 바른 자세와 유연성·균형 감각을 기르는 기본 훈련을 받았다. 가족발레단을 제외한 모든 수업은 주 2회씩 진행됐다.

무대 뒤에서 숨죽이며 제자들의 공연을 지켜본 권소영(43) 강사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발레는 일반 시민이 접하기 어려운 예술 분야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막상 발레교실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발레의 실용성을 언급했다.

“한발로 균형감을 기르고 몸통과 다리의 정렬을 유지하다 보면 신체 부위별로 미세 근육을 자극시켜 탄력 있는 체형을 만들 수 있어요. 성인 수강생들은 ‘휜 다리’가 교정됐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이날 한 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은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백조와 토끼, 꿀벌로 단장한 어린이 무용수들은 춤으로 동심의 세계를 표현했고 성인발레반은 ‘호두까기 인형’ 중 ‘꽃의 왈츠’로 ‘칼군무’를 선보였다. 물론 동작 순서를 잊거나 대형이 흐트러지는 ‘옥에 티’는 여럿 있었지만 무용수와 청중 모두 웃으며 무대를 함께 만들어갔다. 관객들은 발레리나로 변신한 가족의 모습을 카메라 앵글에 담으며 응원을 보냈다.

딸 김정원(9)·원영(8)양과 무대에 선 강선미(41·광주시 광산구 하남동)씨는 ‘호두까기 인형’ 중 ‘중국인형 춤’과 뮤지컬 ‘맘마미아’로 찰떡 같은 호흡을 보여줬다. 이들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의 하나인 가족발레교실 ‘발레하마’에 참여해 매주 토요일 함께 발레교육을 받고 공연을 감상하기도 했다. 간호사인 강씨는 “엄마와 함께 춤을 추고 싶다”는 딸들의 권유로 발레교실을 신청했다.

“발레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우리 가족이 모두 클래식 음악을 듣게 된 거예요. 발표회를 앞두고는 영화 ‘맘마미아 1·2’를 함께 봤죠. 항상 아동용 애니메이션만 보다가 온 가족이 영화와 클래식을 즐기게 된 것이 꿈만 같아요.”

27년 만에 발레 무대에 서는 이정선(50·서구 쌍촌동)씨의 감회는 남달랐다. 중학생 시절부터 시립발레단에서 활동한 그는 가정을 꾸리면서 발레를 그만둔 지 오래였다. 발레교실에 나가는 월·수요일만 기다렸다는 이씨는 사회생활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 발레교실에 고마움을 전했다.

“음악과 문학을 접목한 무용을 흔히 종합예술이라고 하잖아요. 잊고 지냈던 예술에 대한 갈망을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무용을 하는 초등학교 6학년 딸이 제 무대를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발표회에 초대하길 잘한 것 같아요.”

연중 진행되는 문예회관 발레교실은 연령과 수준에 따라 3개월 분기별로 수강신청을 받고 있다. 내년 1분기 신청은 문예회관 홈페이지(gjart.gwangju.go.kr)에서 오는 25일 오전 11시부터 접수한다. 유아 초·중급 9만원, 유아 고급·성인반 12만원, 가족발레 무료. 문의 062-613-8234.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