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고용 세습 의혹에 대한 국정 조사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와 주요 민생 법안 처리가 모두 멈춰 선 것이다.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는 어제 회동에서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극명한 입장 차만 재확인했다. 자유한국당은 특히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비리 등 고용 세습 의혹 국정 조사를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은 데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정기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여야의 대치는 더욱 격화하는 모습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 구성에 대해서도 여야는 접점을 찾지 못했다. 민주당은 예결소위를 민주당 7명, 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배분해 16명으로 늘리자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예결소위는 15명으로 꾸리는 게 오랜 관례인 만큼 여당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자칫하면 국회의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인 12월 2일을 넘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민생과 직결된 법안 처리도 지지부진하다.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유치원 3법’과 아동 수당 지급 대상 확대를 골자로 하는 ‘아동수당법 개정안’ 등 여야 간 처리에 다툼이 없는 비쟁점 민생 법안마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지난 15일 국회 본회의 참석을 거부하면서 처리되지 못했다.

내년 예산안과 민생 법안 처리가 지연되면 국정 운영이 불안정해지고 제도 개선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를 볼모로 한 여야의 무책임한 정쟁이 계속되면 그 피해는 국민이 떠안게 되고 정치 불신도 더욱 커지게 된다. 여야는 양보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해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