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메워 조성한 율촌 산업단지의 경계를 놓고 여수시, 순천시, 광양시가 첨예하게 다투면서 애꿎은 입주 기업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그동안 전남도 등이 수차례 중재에 나섰지만 실패로 돌아가면서 기업들의 한숨만 깊어 가고 있는 것이다.

율촌 제1산단은 지난 1994년부터 여수시 율촌면, 순천시 해룡면, 광양시 해면 일대 바다를 매립해 910만 8000㎡(약 276만 평) 규모로 조성됐다. 지자체별 관할 구역은 여수 26%, 순천 42.5%, 광양 31.5%다. 하지만 행정 구역 구분이 필지별이 아니라 매립 전 해상 경계를 기준으로 이뤄지는 바람에 15필지의 주소지가 이들 3개 시의 행정 구역과 겹치게 됐다. 이로 인해 A공장의 부지는 여수·광양·순천 등 세 곳에 걸쳐 있으며, 두 곳으로 나뉜 업체도 아홉 개나 된다.

이들 기업은 지방 소득세를 내려면 2∼3개 지자체에 신고해야 하고 주민세 납부와 지적 측량도 중복 처리해야 한다. 화재나 사건·사고 땐 소방과 경찰의 관할이 불분명해 초기 대응이 지연될 우려도 크다. 기업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지난 2011년 3개 시의 부시장들이 조정안을 만들고 2016년에는 행정자치부가 조정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했다. 지자체들의 관할 구역 축소와 세수 감소에 대한 우려 탓이었다.

급기야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은 최근 지자체 관할 구역 경계 변경을 위한 제도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고 나섰다. 지자체 간 자율 조정이 어려운 만큼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조정 권한을 부여해 달라는 것이다.

기업들을 유치해 놓고 자치단체들이 행정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볼썽사나운 경계 다툼을 벌이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제도 개선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 기업들의 불편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