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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재 세상만사] ‘달랑 두 칸’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2018. 11.09. 00:00:00

‘십년공부(十年工夫) 도로 아미타불’이란 말이 있다. 고생만 하고 아무 소득이 없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무아미타불은 산스크리트어라고도 하는 범어(梵語)의 ‘나마스 아미타바’(Namas Amitabha)에 기원한다. 나마스(Namas)는 ‘두 손을 마주 대고 머리를 조아려 경배하다’라는 뜻이다. 지금도 인도나 네팔에 가면 ‘나마스테’라는 인사말을 주고받는데, 이 또한 나마스에서 유래됐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아미타바(Amitabha)는 ‘서방 정토에 있는 부처의 이름’이다. 그러므로 ‘나마스 아미타바’는 ‘아미타불에 의지하여 귀의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데 이 말이 중국어에서는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로 음차(音借)가 됐다. 그러니 웃자고 하는 소리지만 ‘남쪽에는 아미타불이 없다’란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미타불은 ‘온전한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이며, 염불(念佛)할 때 외는 소리이기도 하다. 스님은 평생을 두고 아미타불을 외운다. 그러나 아무런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우리는 ‘도로 아미타불’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도로’란 단어는 ‘본래의 상태대로’를 의미하는 우리말 부사다. 그렇지만 이 말 역시 한자말인 ‘도로’(徒勞:보람 없이 애쓰거나 헛되이 수고함)에서 나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한자 ‘도’(徒)에는 ‘무리’(衆)라는 뜻 외에 ‘헛되다’, 그리고 ‘도수 체조’나 ‘도수 치료’에서 보듯 ‘맨손’이라는 의미도 있다.)
‘도로무공’(徒勞無功)이라 하면 헛되이 수고만 하고 공을 들인 보람이 전혀 없음을 뜻한다. 도로무공! 16년 동안 숱한 논란만 이어 온 ‘도시철도 2호선’에 이처럼 딱 어울리는 사자성어가 어디 있을까. 시장이 바뀔 때마다 하느니 마느니, 이걸로 하느니 저걸로 하느니, 말만 무성한 채 결국은 ‘도로 아미타불’이 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지하철은 서민 위한 공공재

4년 전에도 그랬다. 똑같은 일이 민선 7기 들어와서도 반복되었다. 그때의 윤장현 시장이나 지금의 이용섭 시장이나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것은 ‘돈’ 때문이다. 찬성 측이나 반대 측이나 돈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만은 결코 부정하지 못한다. 2호선 건설에 대한 찬반이 갈리는 것도 안전성이니 뭐니 하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과연 경제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광주 시내 곳곳에는 수백여 장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그중에 가장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은 ‘달랑 두 칸(좌석 36개), 지하철 2호선 2조 600억 원?’이라는 문구다. 반대 측은 일단 ‘달랑 두 칸’이라는 강렬한 문구로 단번에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니 일단 프레임을 잘 짠 것으로 봐도 되겠다. ‘프레임’(Frame)은 흔히 액자의 틀이나 안경테 등을 말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이것은 모두 어떤 것을 보는 것과 관련이 있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세상에 대한 비유, 사람들에 대한 고정 관념 등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도시철도라 하면 적어도 10여 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차 정도를 연상했던 시민들로서는 ‘달랑 두 칸’이라니! 그것도 2조가 넘는 돈이 투입된다니! 하면서 금방 반대로 돌아설 만하다. 달랑 두 칸! 이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 해서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어느 극렬 반대론자의 백 마디 말보다 더 파급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니 프레임을 잘 짰다고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의식했는지 찬성 측도 광주 시내 곳곳에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2호선은 작지만 강한 지하철, 하루 43만 명 수송 능력. 버스 1024대 효과.’ 이러한 주장의 근거는 어디에 있을까. 2량 기준 만차 시 150여 명인데 3량으로 증량했을 때는 200여 명까지 늘어나며, 또한 4~9분의 운행 간격으로 1일 수송 인원을 산출하면 43만 명이나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달랑 2칸짜리 지하철’이 아니라 ‘시내버스 1024대를 품은 지하철’이라는 것이다.
수송 능력과 아울러 문제가 되는 것은 건설 비용이다. 반대 측은 광주의 재정 자립도가 6대 특·광역시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도시철도 2호선은 ‘지자체 파산으로 가는 폭주 기관차’와도 같다는 주장을 편다. 더욱이 만성 누적 적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운영 비용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찬성 측은 ‘반대 단체들이 지나치게 비용은 늘리고 편익은 축소함으로써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광주 2호선 건설 비용은 2조579억 원인데 이중 60%가 국가 지원액인 국비(1조2000억 원)로, 광주시는 남은 40%(8231억 원)만 부담하기 때문에 충분히 감당할 만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간략하게나마 찬반 양측의 주장을 개괄해 보았다. 그럼 누군가 ‘너는 어느 편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찬성 쪽에 줄을 서겠다. 왜냐하면 지하철은 다소 적자를 보더라도 서민들에게 꼭 필요한 공공재(公共財)이기 때문이다. 돈은 끝없이 투자되는데 거기서 나오는 돈은 별로 없는 분야는 의외로 많다. 도서관이나 박물관 등이 그러한데, 그렇다 해서 이들 문화 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은 없을 것이다.

건설 비용 걱정은 되지만

물론 광주시의 비용 감당 능력이 다소 걱정되긴 하지만, 지하철 건설로 인한 긍정적인 요인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우선 차량 매연을 줄여 대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 매년 도로 확장 또는 신설이나 주차장 설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 무엇보다도 교통 체증으로부터 서민들을 해방시킬 수 있다는 점 등등.
2호선이 건설되면 1호선과 환승 연계되면서 대중교통 활성화란 시너지 효과가 생기는 것은 물론 지하철의 효율도 보다 높일 수 있다. 여론 조사에서 공익과 교통 복지 및 인프라 구축을 바라는 시민들의 의견이 우세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2호선 건설은 ‘시민과 전문가 및 공무원들이 10여 년간 연구하고 토론하며 맺어 낸 도시 공학과 지역 발전에 대한 철학의 결정체’라는 말에 동의한다. 미래 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겠지만 2호선 건설에 대한 시의 재정 여건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니 일단 믿어 보기로 한다.
이제 내일이면 16년간 논쟁의 중심에 있었던 광주 도시철도 2호선의 운명이 결정된다. 건설이냐 중단이냐?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든 ‘아름다운 승복’이 있어야겠다. 만약 내일 이후에도 계속해서 시비를 거는 이가 있다면, ‘천탈관 득일점(天脫冠 得一點) 내실장 횡일대(乃失杖 橫一帶)’라는 욕을 들려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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