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시산맥 서정시선으로 발간된 박찬희 시인의 ‘혼의 깡마른 직립’은 고독의 정서가 깃들어 있다. ‘시간의 화석’에 이은 두 번째 시집에서 시인은 자신만의 고독을 울림 있는 시어로 형상화한다.

“다만 나는 ‘단 하나의 시’를 찾아서 시의 숲을 향해 간다. 나는 그 ‘단 하나의 시’를 쓸 수 있을까? 누가 내게 “왜 시를 쓰는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시가 세상을 구원하리라고 믿지 않는다. 다만 시를 쓰는 것이 나의 일상이기에 쓰는 것뿐이다.”

흔히 고독의 시인이라고 하면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떠올린다. 릴케는 ‘크고도 내적인 고독’ 속에 거주할 것을 강조했다. 무릇 모든 시인은 생래적으로 고독의 기질을 지녔다. 박찬희 시인의 작품 기저에 깔려 있는 것도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히 지켜나가려는 고독과 무관하지 않다.

“쇠가 달구어질 때 나는 소리를 아니/ 우주가 깨지는 틈바구니를 뚫고/ 쏟아지는 유성의 칼칼한 비행 음/ 냉각수에 지져지는 증기의 폭주/ 시뻘건 소리로 울어대는 무쇠의 자책//(중략) 겁에 질린 용암이 터지고/ 융기하는 격정에 몸서리치다가/ 활해(活海)로 달려가는 공방의 침묵을 타고/ 비틀거리는 혼의 깡마른 직립이여…”

위의 작품 ‘고독의 형식’은 내면화와 외면화가 이루어지는 고독을 노래한다. 고독의 결과 그 안에는 ‘깡마른 직립’의 형태를 갖추게 되며 그것의 실체는 ‘혼’이다.

문학박사인 유정이 시인은 해설에서 “이는 어떤 변명의 여지나 빈틈도 없는 엄결한 고독을 강조한다. 날카로운 고독, 공포에 가까운 고독”이라고 평한다.

한편 박 시인은 지난해 ‘문학의 봄’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했으며 추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산맥·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