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옥주 광주수필문학회 회장] 어학 교육에 대한 단상
2018년 10월 10일(수) 00:00 가가
‘영어는 언어 살해자’라는 표현을 쓴 언어학자의 말이 갑자기 떠오른 것은 유치원 방과 후 수업에서 ‘유치원 영어 수업’을 허용한다는 발표 때문이다.
필자는 유치원의 조기 영어 교육이 옳은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의 단견으로는 어딘가 마뜩잖다. 우리말도 제대로 못 익힌 유치원생에게 영어부터 접하게 하려는 정책이 과연 바람직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닐 것 같다.
현재 세계에서 영어를 국어로 쓰고 있는 나라가 53개국이다.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시정곤 교수 외 4인 공저)에 소개된 내용이다. 그 중 미국·영국을 필두로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정도가 잘사는 나라라 할 수 있다. 그 외의 국가는 거의가 식민지의 아픈 역사를 가진 국가들로 대체적으로 가난하다.
큰 나라로 인도가 있지만 인도도 영국의 식민지이었고, 땅이 넓고 인구가 많다 보니 언어 통제가 어려워 영어를 국어로 삼았을 것이다.
잘사는 영어 국가 중 싱가포르는 국가 생성 자체가 특이하다. 17세기 초 영국 등 유럽 열강들이 동인도에 회사를 만들어 동양 진출을 도모하고 있었다. 19세기에 이르러 영국은 이슬람의 지도자 술탄으로부터 작은 섬 하나를 사들였다. 그 섬이 싱가포르다. 당연히 싱가포르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다민족 국가에 종교도 다양하기 때문에 언어 통일이 어려웠다. 영어를 국어로 사용하게 된 배경이다.
영어 사용 국가로서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가난한 나라들이 많다는 것은 영어와 국력과는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영어를 잘해서 국가의 위상이 올라가고 잘 살 것 같으면 영어 사용국들은 다 선진국 대열에 올라있어야 옳다. 영어를 익힌다고 필리핀으로 어학 연수를 떠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많다. 필리핀이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나라인가?
얼마 전에는 강경화 장관이 우리나라 외교관들이 영어 실력이 시원찮다고 지적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외교관에게 외국어는 필수다. 그렇다고 그 외국어가 꼭 영어여만 하는가? 영어를 잘해 외교가 잘 될 것 같으면 영어권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사람들을 외교관으로 맞아들이면 된다.
혹여 영어 구사 실력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외교관으로 뽑았다면 그건 인재를 뽑은 국가의 책임이지 뽑힌 사람의 잘못일 수 없다. 또 외국어, 특히 영어를 잘한다고 국가 간 갈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몰라 일본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고, 중국과 얽힌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가? 같은 언어를 쓰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남북 문제는 언제 해결될지 요원하다. 언어상의 문제가 아니다.
외교관은 언어 외에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다. 외교적 수완, 풍부한 지식, 상대에 대한 설득력, 세계를 보는 눈, 성숙된 교양, 상대 나라의 역사나 전통 등 끝이 없다.
나라의 지도자는 ‘국가의 백년대계가 교육에 있다’는 말을 진부하게 여겨선 안 된다. 교육 정책을 몇 사람의 뜻에 따라 결정해서는 더욱 안 된다. 외국어를 잘 가르치기에 앞서 우리의 언어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의 국력이고 혼이며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어 사용 인구는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이란 책에 세계 13위로 나와 있다. 국가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글이다. 외국 학교에 제2 외국어로 한글을 선택하게 한다든가, 세계 유수 대학에 한국어과를 개설하는 일 등을 외교 정책의 하나로 고려해볼 일이다.
몇 년 전에 인도네시아의 한 부족은 그들의 공용어로 한글을 사용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 있는 귀스타브 플로베르 중학교에서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해 배우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런 일에는 관심 없고 영어만을 강조하고 있으니 딱하다. 강의를 영어로만 하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외국 유학생을 위해서라면 더욱 기막힌 현상이다. 유학생은 그 나라의 언어를 먼저 익혀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영어만의 강의는 스스로 우리 언어를 쇠퇴시키는 일이다. 유학생들은 우리말을 몰라도 공부하는데 지장이 없으니 한국어를 익히는 것은 시간 낭비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국가가 막고 대학이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는 꼴이다.
언어의 종속은 문화의 종속이다. 영혼의 종속이다. 일제 강점기 때 목숨을 걸고 한글을 지키려 했던 학자들을 생각하면 국가의 백년대계를 어떻게 설정하여 끌고 가야 할 것인가는 너무도 자명하다.
필자는 유치원의 조기 영어 교육이 옳은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개인의 단견으로는 어딘가 마뜩잖다. 우리말도 제대로 못 익힌 유치원생에게 영어부터 접하게 하려는 정책이 과연 바람직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닐 것 같다.
큰 나라로 인도가 있지만 인도도 영국의 식민지이었고, 땅이 넓고 인구가 많다 보니 언어 통제가 어려워 영어를 국어로 삼았을 것이다.
잘사는 영어 국가 중 싱가포르는 국가 생성 자체가 특이하다. 17세기 초 영국 등 유럽 열강들이 동인도에 회사를 만들어 동양 진출을 도모하고 있었다. 19세기에 이르러 영국은 이슬람의 지도자 술탄으로부터 작은 섬 하나를 사들였다. 그 섬이 싱가포르다. 당연히 싱가포르는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다민족 국가에 종교도 다양하기 때문에 언어 통일이 어려웠다. 영어를 국어로 사용하게 된 배경이다.
혹여 영어 구사 실력이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외교관으로 뽑았다면 그건 인재를 뽑은 국가의 책임이지 뽑힌 사람의 잘못일 수 없다. 또 외국어, 특히 영어를 잘한다고 국가 간 갈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몰라 일본과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고, 중국과 얽힌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는가? 같은 언어를 쓰고 있으면서도 한국의 남북 문제는 언제 해결될지 요원하다. 언어상의 문제가 아니다.
외교관은 언어 외에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다. 외교적 수완, 풍부한 지식, 상대에 대한 설득력, 세계를 보는 눈, 성숙된 교양, 상대 나라의 역사나 전통 등 끝이 없다.
나라의 지도자는 ‘국가의 백년대계가 교육에 있다’는 말을 진부하게 여겨선 안 된다. 교육 정책을 몇 사람의 뜻에 따라 결정해서는 더욱 안 된다. 외국어를 잘 가르치기에 앞서 우리의 언어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의 국력이고 혼이며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어 사용 인구는 ‘한국어가 사라진다면’이란 책에 세계 13위로 나와 있다. 국가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글이다. 외국 학교에 제2 외국어로 한글을 선택하게 한다든가, 세계 유수 대학에 한국어과를 개설하는 일 등을 외교 정책의 하나로 고려해볼 일이다.
몇 년 전에 인도네시아의 한 부족은 그들의 공용어로 한글을 사용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 있는 귀스타브 플로베르 중학교에서 제2 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해 배우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런 일에는 관심 없고 영어만을 강조하고 있으니 딱하다. 강의를 영어로만 하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외국 유학생을 위해서라면 더욱 기막힌 현상이다. 유학생은 그 나라의 언어를 먼저 익혀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영어만의 강의는 스스로 우리 언어를 쇠퇴시키는 일이다. 유학생들은 우리말을 몰라도 공부하는데 지장이 없으니 한국어를 익히는 것은 시간 낭비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을 국가가 막고 대학이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는 꼴이다.
언어의 종속은 문화의 종속이다. 영혼의 종속이다. 일제 강점기 때 목숨을 걸고 한글을 지키려 했던 학자들을 생각하면 국가의 백년대계를 어떻게 설정하여 끌고 가야 할 것인가는 너무도 자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