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사흘 앞이다.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이면 누구의 가슴에나 고향의 밝은 달이 떠오른다. 바빠서 잊고 살았던 부모와 친척들이 생각나고, 항상 힘이 됐던 이들과 고마운 사람들이 눈에 밟히기 마련이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정성껏 마련한 선물을 든 손이 정겹기만 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극심한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올해는 명절 특수가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한다. 일자리 잃은 가장과 취업 못한 자녀들, 여기에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목 경기가 아예 실종됐다고 아우성이고, 서민들은 가파르게 오른 물가에 울상을 짓는다.

그럼에도 한쪽에선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한 따뜻한 정성들이 이어지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엊그제 광주 금호 1동 행정복지센터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여성이 찾아와 5만원권 20장이 든 봉투를 건네며 “명절에 외롭고 힘들게 보내실 이웃을 위해 써 달라”는 말만 남긴 채 떠났다고 한다. 이 여성은 남편이 사고를 당해 산재연금으로 생계를 잇는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도 매달 일정 금액을 모아 100만 원을 마련했다니 이런 천사가 또 어디 있을까.

이외에도 북구 석곡동 주민센터에 쌀 100포대, 동구에 쌀 50포대를 놓고 간 익명의 기부 천사들이 많다.

이들의 선행은 추석을 맞은 우리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 준다. 아름다운 이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아직 살 만하다. 어려울수록 나누고 주위를 둘러보는 사랑이 넘치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