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속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마륵동 탄약고 이전 사업이 2년 넘게 표류하면서 인근 주민의 장기적인 재산권 침해 피해는 물론 지역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는 당초 올해까지 탄약고 이전 사업을 마무리<광주일보 2014년 1월 9일자 1면>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예산절감 등을 핑계로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과 병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해 광주시민의 반발을 사고 있다.

17일 공군 제1전투비행단과 서구의회 등에 따르면 드넓은 땅에 풀이 많아 목장이라고도 불리는 광주시 서구 마륵동 탄약고는 1975년 서구 마륵동과 벽진동 일대 36만6000㎡부지에 조성됐다. 국제규격 축구장(7140㎡) 51개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탄약고 조성에 따라 인근 215만 5000㎡(탄약고 부지 미포함)에 달하는 토지도 지난 1976년부터 42년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침해는 물론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현재 총 283만㎡부지 대부분은 논, 밭, 임야 등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으며, 공군 탄약고 등 국·공유지는 전체 면적의 28.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국방부도 마륵동 탄약고를 공군부대 인근으로 이전하기 위해 2344억원의 토지보상비를 들여 2014년 부대인근(문촌·신영·도호·신야촌 마을) 토지 196만㎡를 매입했으며,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시설공사를 끝낸 뒤 탄약고를 이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광주시가 2016년 국방부에 군 공항 이전을 건의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같은해 8월 국방부로부터 군공항 이전 결정을 통보받은 뒤 마륵동 탄약고 이전 사업이 중단된 것이다. 국방부가 예산중복 등을 이유로 탄약고 이전을 군 공항과 연계해 추진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구의회는 제1전투비행단측에 마륵동 탄약고내에서 면담을 하고 싶다는 요청을 세차례나 했지만 훈련 등을 이유로 거부당했으며, 지난 7일 처음으로 면담에 나서게 됐다.

이날 방문한 마륵동 탄약고는 노후된데다, 이전사업이 갑자기 중단된 탓에 건물 곳곳에 금이 가고 녹이 슨 철골이 드러나 있었으며, 잡초 등이 덮인 수십개의 이글루형 탄약고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김옥수 의원 등 서구의회의원들은 이날 “불과 일주일이면 옮길 수 있는 소량의 탄약만 남은 탄약고 때문에 시민들이 40년 넘게 재산권 침해 피해를 겪고 있다”면서 “국방부의 주장처럼 군공항 이전사업과 연계해 탄약고를 이전할 경우 군 공항 이전에만 최소 15년 이상이 소요돼 광주, 특히 서구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범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1전투비행단 관계자는 “탄약고 부지는 국방부 소유 땅으로 제1전투비행단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도 “이번 요구사항을 단장에게 보고한 뒤 비행단 입장이 아닌 서구 주민의 입장을 국방부에 건의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과거 마륵동 탄약고에는 공군탄약과 미군 소유의 항공탄약만이 이글루 모양의 탄약고에 보관돼 있었으나, 공군 탄약은 전부 비행단으로 옮겨져 미군 소유의 일부 항공 탄약만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보관된 미군 소유의 항공탄약은 일주일이면 다른 장소로 옮기 수 있는 소량이며, 뇌관과 탄약이 분리돼 폭발 위험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륵동 탄약고에는 제1전투비행단 소속 항공탄약관리병과 운전병, 어학병 등 40여명이 미군과 함께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미군 소유의 항공탄약이 최적의 환경에서 보관될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 등을 체크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탄약고와 주변 제초작업이 업무 ‘1순위’일 정도로 별다른 업무 없이 군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