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와 혁신에 대해 요즘처럼 자주 이야기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의 것을 고쳐 새롭게 한다는 혁신의 대상은 바로 과거부터 쌓여 온 폐단, 즉 적폐이기 때문에 이 두 단어는 단짝처럼 붙어 다닌다. 적폐의 청산이 혁신이라는 의미다.

조직·단체·기관은 물론 지역이나 국가에서의 혁신이 어려운 이유는 기득권을 가진 세력이 자리를 굳건히 하며 이미 뿌리를 내렸고, 구성원 대다수가 이를 받아들여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내부에서부터 그 폐해가 나타난다.

중국 춘추 전국 시대에는 제자백가(諸子百家) 가운데 법가(法家) 즉 법치를 강조하는 이들이 주로 혁신에 나섰다. 대표적인 경우로 진나라 상앙, 초나라 오기가 있다. 이들은 당시 귀족과 맞서 부국강병을 위해 법을 바꾸고, 실력과 실적에 의해 벼슬과 자원을 배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도 개혁에 나섰다. 연좌제 등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추진했다는 비판도 받았으나 이로 인해 국가는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혁신을 주도한 상앙과 오기 등의 말로는 비참했다. 혁신을 바랐던 군주가 마음을 바꾸거나 먼저 사망하면서 동력이 사라지고, 숨죽였던 기득권 세력은 다시 과거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여론전을 펴면서 혁신에 피로감을 느낀 구성원들을 자극, 혁신 세력을 몰아내거나 몰살시켰다. 조선 시대 태조의 정도전, 중종의 조광조도 유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혁신은 그 내부에서 동력을 얻기 어렵다. 따라서 혁신을 바라는 리더는 외부에서 인재를 찾아 조직·단체·기관 등에 강제로 ‘접합’하는 방법을 쓰지만, 이 또한 성공 가능성은 낮다. 기득권의 저항은 생각보다 강하고, 시간이 지나면 내부에서는 피로감이 뒤섞여 적절히 타협하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민선 7기가 출범하고, 기관장 인선 기준을 발표하면서 도시철도공사 등 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 등의 내부가 지나치게 시끄럽다. 과거에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 빈발하고, 그 배경을 두고 뒷말도 무성하다. 혁신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과 혁신하려는 사람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혁신이 되레 기득권을 공고히 해 주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