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입적 8주기를 맞은 법정 스님(1932~2010)은 ‘청빈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스님이 설파했던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삶’을 의미했다. 송광사 뒷산에 불일암을 짓고 17년간 정진했던 그는 수행자로서뿐 아니라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했던 큰 스승이었다.

법정이 주창했던 무소유는 한마디로 ‘맑은 가난’이다. 많이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자제하고 여건에 자족할 줄 아는 삶이다. ‘연잎의 지혜’라는 글에는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정신이 투영돼 있다. “빗방울이 연잎에 고이면 연잎은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일렁이다가 어느 만큼 고이면 수정처럼 투명한 물을 미련 없이 쏟아 버린다.” 비록 진흙 속에서 피어나지만 연꽃은그렇게 ‘화중지군자’ 이미지를 선사한다.

여느 해보다 길고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시나브로 가을이 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폭염 같은 열기로 소용돌이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조계종이 그렇다. 얼마 전 100일간의 수행인 하안거(夏安居)가 끝났다. 이제 관심은 28일 치러지는 제36대 총무원장 선거에 모아진다. 본래 총무원장 임기는 4년이지만 이번 선거는 ‘은처자 의혹’ 등으로 설정 스님이 사임하면서 조기에 치러진다. 총무원장이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중도 하차한 것은 세간의 의혹 탓도 있지만, 종단 내 주류와 비주류의 권력 다툼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총무원장 선거는 불교계 ‘대선’이라고들 한다. 총무원장의 권한이 주지 임명권과 예산 집행권 등 세간으로 치면 대통령에 버금갈 정도이기 때문이다. 입지자들의 윤곽은 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4일 이후에야 드러날 모양인데, 불교개혁행동과 총무원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측은 종단 적폐 청산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시민들은 일련의 조계종 사태를 보며 ‘이게 종교인가?’ 라고 반문하고 있다. 불교의 발전을 위해서도 문제가 있는 인사들은 출마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때 법정 스님의 ‘연잎의 지혜’를 되새겨 본다. “그렇지 않고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 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