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포츠/연예
오피니언
기획시리즈
사설
칼럼
이홍재칼럼
기자노트

[기자 노트 - 김형호 사회부 기자] 피고인 전두환, 광주법정 출석 피할 수 없다

2018. 08.31. 00:00:00

광주지법에서 진행 중인 전두환 5·18명예훼손 재판의 소송 대리인 정주교 변호사와 광주일보가 통화한 것은 지난 21일 오전 11시40분께였다. ‘이번에도 핑계를 대며 나오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재판에 출석하느냐”고 묻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출석할 예정이다. 법에 따라 성실히 조사받겠다는 입장이다.”
10여분간의 통화에서 정 변호사는 “출석한다. 좌우간 출석 준비 중이다. 재판 받으라니 받으러 가시는 것이다. 법에 따라 성실히 응하겠다는 입장이다”라는 등 3~4차례 피고인 전두환의 광주법정 출석의사를 전했다.
법정 출석이 ‘전 전 대통령 뜻이냐, 직접 만나 의견교환 하느냐’는 질문에는 “너무 당연하다. 제가 소송대리인인데”라는 식으로 마치 자신을 무시하느냐는 뉘앙스까지 풍겼다.
상황 반전의 느낌이 온 때는 지난 26일 오전. 전 씨의 광주법정 출석 여부를 두고 언론의 전망이 엇갈릴 때였다. 전 씨의 측근인 민정기 전 공보비서관은 “지금 만나뵈러 가고 있다. 경우에 따라 입장문을 내겠다”고 하더니, 오후 3시쯤 “불출석으로 최종결정됐다”고 알려왔다. 앞서 다른 측근이 지난 22일 광주일보에 “사실 전 전 대통령은 5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라고 한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전 씨의 부인 이순자씨는 법정출석 하루 전 내놓은 입장문에서 “고령인데다 알츠하이머 투병 중이다, 광주법원도 믿기 어렵다”는 취지로 피고인 전두환의 광주법정 출석을 거부했다. 당연히 여론은 들끓었다.
피고인 전두환이 불출석한 가운데 지난 27일 첫 재판이 열렸다. 전 씨가 기소된 이유는 그가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표현때문이었지만, 판사의 관심은 정작 다른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두환 알츠하이머’가 과연 사실이냐였다.
‘전 전 대통령이 치매 투병 중 회고록 발간?’이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여론이 들끓자 민정기 전 비서관이 라디오 방송에 나가 “실은 문제가 될 만한 표현은 내가 썼다”며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여기까지가 최근 1주일 전두환 광주법정 출석 번복의 전말이다. 전 씨가 그간의 입장을 바꿔 광주법정 출석의사를 밝혔다가 돌연 불출석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분명한 것은 5·18 유혈진압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된 전 씨가 5·18을 왜곡하는 내용이 담긴 회고록을 냈고, 그에 따른 책임을 결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광주지법은 지난 28일 피고인 전두환 측에 또다시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냈다. 지난 5월 첫 소환장 발부 이후 4번째다. 법원 입장은 확고하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출석은 의무사항이며, 알츠하이머 투병이 사실이더라도 출석의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다음 재판은 10월 1일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다. 전 씨 앞에 놓인 선택지는 2가지다. 소환장을 받고 법정에 제발로 걸어 나올 것인지, 아니면 구인장을 받고 광주법정에 끌려올 것인지. 어떤 경우든 피고인 전두환의 광주법정 출석은 피할 수 없다. / khh@kwangju.co.kr

기사 목록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