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9일 발표된 가운데 청와대 내에서도 ‘자성론’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전기료 문제 등 민생 현안에 제대로 대처했는지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현안점검회의에서 지지도 하락 원인에 대해 참모들 사이에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민생 현안에 관련한 정부의 대처가 민심에 부합할 정도로 신속했는지, 시스템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의에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성과 성찰이 있었다”며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자는 데에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특히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적 완화 등의 민생 대책을 내놓는 속도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1년이 지났지만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흐름이 느슨해지고 민생 경제의 성과도 손에 잡히지 않으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 내부의 긴장 구조가 점차 완화되고 각종 경제 정책에 있어 관료와 재벌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하며 60%선 아래로 주저앉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 등으로 형성된 부정적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리얼미터는 9일 tbs의 의뢰로 지난 6~8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5% 포인트,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 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가 전주 대비 5.2%포인트 하락한 58.0%(매우 잘함 31.6%, 잘 하는 편 26.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60% 아래로 추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영남권에서 주도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주 대비 12.9%p나 폭락한 47.2%(부정평가 46.2%)였고, 대구·경북에서도 10.5%p나 내린 35.6%(부정평가 49.4%)를 나타냈다. 특히 대구ㆍ경북에서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13.8%p나 낮았다. 정당지지율에서도 여당의 하락세는 뚜렷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전주대비 2.7%포인트 하락한 40.1%로 집계됐다.

/임동욱 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