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지역 영세상인들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되자 “임대료나 가맹점 규정 등은 그대로인데, 최저임금만 올라 숨통을 조이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이 소상공인들 간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지역 경제계에서는 ‘을’과 ‘을’의 싸움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같은 종류의 점포를 내고 영업을 해도 문제가 없는 근접 출점 행위,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임대료 문제,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카드수수료 대책을 마련하는데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광주시 동구 상인회 관계자는 “불과 1년 만에 최저임금이 29.1%나 올랐다”며 “월급을 주는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라고 토로했다. 임대료는 내릴 생각도 않고 매출은 매년 떨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임금을 30% 가까이 올려준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주변 옷가게도 이어지는 불경기에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며 “임금이 오르면 더 이상 장사를 이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광주시 동구 옷가게 사업자는 729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70명과 비교하면 5.32%가 감소한 것이다. 최저임금에 대출금리까지 줄줄이 오르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결국 폐업을 택하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는 뜻으로, 내년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되면 그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게 주변 상인들의 걱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지역본부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심각한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는 입장이다. 올해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에 영세기업이 ‘사업 존폐위기’까지 몰린 상황에서 줄곧 주장한 사업별 구분적용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평이 나오고 있다. 아무런 대안 없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 중소제조업의 인력난을 더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실정이다.

‘아르바이트의 최전선’라 불리는 외식업계와 편의점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광주시지회도 지역 외식업계가 원재료 값과 임대료 상승세 속에 매년 인건비까지 대폭 오르게 되면 일선 현장에서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 등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지역 외식업계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채용을 줄이거나 파트타임 형태로 인력을 고용하는 추세로 대처를 하고 있지만, 내년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결국 음식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가 강력한 단체행동을 예고하는 등 편의점업계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면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상인과 최저임금 노동자의 다툼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가맹점 본사 로열티나 임대료,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식업중앙회 광주시지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담을 영세상인과 중소기업만 지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실질적인 대안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임대료 인상억제 제도 등 영세상인의 부담을 덜어줘야 최저임금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