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유행질환인 쓰쓰가무시병을 일으키는 ‘털진드기 체포령’이 내려졌다.



털진드기가 치명률이 높은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도 옮길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되자 방역 당국이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서식하는 털진드기가 SFTS 바이러스를 가졌는지, 또 이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기는지 등을 규명하기 위한 사업계획을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SFTS 감염 환자로 진단된 할머니(75)에 대한 유전자 검사결과, 털진드기가 옮기는 쓰쓰가무시병에도 동시 감염됐다는 국내 첫 보고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이 보고 논문을 작성한 제주의대 이근화 교수팀은 피해 할머니의 몸에 SFTS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이빨 자국을 찾을 수 없는 점으로 미뤄 털진드기가 두 가지 감염병을 모두 매개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했다.



질본은 털진드기가 활동을 시작하는 오는 10~11월 전국에서 털진드기를 채집해 SFTS 바이러스 분리 유전자검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이번 검사결과, 털진드기에서도 SFTS 바이러스가 검출될 경우 작은소참진드기에 이어 SFTS를 일으키는 매개 진드기로 지정될 전망이다.



털진드기는 사람을 물었을 때 세포 내 기생세균인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균’(Orientia tsutsugamushi)을 옮겨 쓰쓰가무시병을 일으킨다. 고열과 두통, 반점 모양의 발진 등 증상이 SFTS와 비슷하다. 치사율은 0.1∼0.2% 안팎으로 아주 낮은 편이다. 진드기에 물린 자리에 ‘딱지(가피)’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



반면 SFTS는 지금까지 야생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렸을 때만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대개는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있지만, 자국이 희미하거나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게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이다. 치사율은 20% 이상으로, 쓰쓰가무시병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다.



외국에서는 쓰쓰가무시병을 유발하는 털진드기에서 SFTS 바이러스 유전자를 확인했다는 논문이 중국에서 나온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 매개체분석과 조신형 과장은 “만약 작은소참진드기 외에 털진드기도 SFTS를 매개한다면 감염예방책이나 2차감염 등의 측면에서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해 가을철 사업계획으로 잡았다”면서 “검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전문가 회의를 거쳐 위해성 여부를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알리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