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학교가 이번 주에 여름방학을 시작한다. 무덥고 습기가 칙칙하게 깔린 등굣길이지만 기말고사가 끝나고 무사히 한 학기를 마친 학생들의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 보인다. 학생들은 새 학년이 시작되는 3월에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한두 달 지내면서 이러저러한 갈등을 겪게 된다. 다시 5, 6월 경에 이합집산을 하다가 어울리는 친구가 정해져 2학기로 넘어간다. 대체로 1학기에 소소한 문제가 많이 일어나는 것도 이러한 학교 생활의 패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카풀 하는 학생들이 많아 노란색 유치원 버스가 교문 앞에 분주하다. 서둘러 우리 학생들을 내려놓고 본업인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아이들을 태우러 간다. 교장 선생님과 학생부장 선생님은 아침마다 등교맞이를 하면서 매일 지각을 하다가 모처럼 제시간에 등교한 학생을 보면 이름을 부르며 반가운 손을 내밀기도 한다. 하지만 지각을 하는 학생은 거의 고정되어 있다. 어쩌다 지각한 학생은 미안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단골 지각생은 세상 걱정 없이 그것도 휴대폰을 보면서 느긋하게 걸어온다. 지청구를 하기 위해 교문에 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인내가 필요한 지금의 학교 모습이다.

교문에 들어서는 학생들의 복장은 다양하다. 위아래 교복, 위아래 체육복(생활복), 교복과 체육복(생활복) 혼용, 완전 자유복으로 크게 4가지 유형이다. 자유롭다. 머리카락이나 화장도 교육적 지도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조에는 ‘두발·복장 등 용모’는 각 학교의 ‘학칙’으로 정하도록 되어 있고, 광주광역시 학생 인권 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제14조에는 ‘학생은 두발, 복장 등 자신의 용모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 다만 교복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 규정으로 정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처럼 각 단위 학교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정하도록 되어있는 교복 규정이지만 옷감, 디자인, 색상 정도이다. 크기나 길이는 빠져 있기에 짧아지고 좁아진다. 크거나 길게 나오면 바로 수선을 하기에 이제는 교복 업체에서 아예 줄여 나온다. 여고생 교복 상의가 초등학교 5학년 아동복보다 8㎝ 더 짧다는 보도도 나왔다. 너무나 불편하고 보기에 민망하기까지 하다.

19세기 말 시작하여 100년 동안 입었는데 1983년 교복 자율화로 3년 정도 폐지되었다가 학부모 부담 증가, 위화감 조성 등으로 1986년 다시 부활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또다시 교복이 애물단지가 되어 후드티나 반바지 등 편안한 옷으로 바꾸겠다고 한다. 교복 값이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교복(동·하복)이 30만 원 내외, 체육복(생활복)이 6만 원에서 8만 원 정도인데 몇 교육청에서는 내년 중학교 신입생부터 교복 값을 지원해 준다고 한다. 이쯤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편안한 교복’ 대신에 ‘편안한 폐지’로 말이다.

학교의 상징도 아니고, 전통의 자긍심도 아니고, 구성원 동일체의 유니폼도 아닌 교복. 입지 않아도 아무 탈 없이 학교에 잘 다닐 수 있는 교복. 그러나 ‘교복’이란 상징적 단어를 떼어내기가 부담스럽고, 80년대 교복 자율화에 따른 사복비 증가의 학습 효과 때문에 선뜻 풀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지켜지지 않는 규칙은 깨진 유리창 법칙을 확산하기에 폐지하는 것이 더 좋다. 아주 짧고 작게 만들어져 바로 입어도 답답하고, 3년 입기에는 더 힘들다. 광주의 경우 몇 학교는 구성원들의 동의를 받아 수 십 년 전통의 교복을 잘 입고 있고, 7개 중·고등학교는 교복이란 용어 자체가 없어 입는 옷이 교복이다. 단위 학교가 결정할 사안이어서 그렇다.

단단한 돌(제도)이 어떤 사람에게는 도약의 디딤돌이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넘어지는 걸림돌이 된다. 교복, 이제는 배움의 상징이고 학창 시절 추억의 디딤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고 시비의 대상이 되는 걸림돌이 되었다. 폐지해서 놓아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