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된 시험관리 시스템이 광주 사립고교의 시험지 유출사태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의 내부 통제나 시험관리 시스템이 규정대로만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15일 광주시교육청의 ‘2018년도 고등학교 학업성적 관리 매뉴얼’을 보면, 평가담당 부장 및 교사는 시험지 원안의 결재, 인쇄 및 보관 과정에서 철저한 보안관리를 하도록 돼 있다.

지침대로라면, 시험지는 인쇄실(등사실)에서의 인쇄→평가담당 교사, 평가 원안 및 시험지 인수 후 출제 교사에 인계→출제교사, 문제지 검토 후 포장 및 봉인의 과정을 거쳐 시험 당일 학생들에게 배부된다.

광주 A고 시험지 유출은 인쇄 후 보관 과정에서 발생했다. 당시 유출된 5과목 시험지를 포함해 전체 시험지가 포장은 물론 봉인도 되지 않은 채 등사실 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있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학교 관계자 역시 “학사일정, 생활지도 등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시험지 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광주일보에 밝혔다.

시험지를 쌓아둔 등사실 관리책임자가 행정실장이어서 범행이 상대적으로 쉬웠다는 얘기도 있지만, 과목별로 정확하게 시험지가 인쇄되고 포장, 봉인됐더라면 범행 의지를 꺾거나 시험지가 유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학교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