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사립고교 기말고사 시험지 유출 사건’<광주일보 2018년 7월 13일자 6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 13일 유출을 요청한 학부모 A(여·51)씨와 시험지를 빼돌린 학교 행정실장 B(57)씨를 출국 금지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학교 운영위원장을 맡은 의사 학부모 A씨와 행정실장 B씨는 지난 12일 경찰에 자수하면서 혐의를 인정했다. A씨는 “아들을 의대에 진학시키려고 부탁했다”고 했고, B씨는 “일부 과목 시험지는 건넸으나 금전거래 등 대가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교육계 안팎에서는 대가성·1회성 유출·내부의 추가 개입 여부 등 핵심의혹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도 이를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으며, 시교육청도 “이들 3가지 의혹 규명이 감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이 최근 해당 학교 및 법인 비상연락망, A씨의 아들인 C군의 학교생활기록부를 확보한 점 역시 시험지 1회성 유출 및 제3자 개입 여부 규명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B씨로부터 임의제출 받은 휴대전화 분석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과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일련의 조치라는 것이다.

경찰은 현재 이들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금품거래가 확인 될 경우 B씨에게는 배임수재 혐의가, 시험지를 복사본이 아닌 원본을 건넸다면 절도 혐의가 추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은 ‘대가 없었다’는 행정실장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범죄에 대한 처벌은 물론이고 자신의 퇴직금과 연금 상당액까지 포기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B씨가 정년을 불과 3년여 남겨두고 이런 범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밖이다.

경찰은 행정실장의 진술을 배제한 상태에서 가장 개연성이 큰 금전거래 여부를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교육계에서는 시험지 유출이 이번이 처음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학교 측이 과목별 포장이나 봉인도 없이 행정실장 지배 하에 있던 등사실 책상 위에 시험지를 수북이 쌓아두는 등 고사관리를 허술하게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도 학생들의 제보가 없었으면 묻혀버릴 사안이었다. 경찰은 “금전거래 여부는 물론 이번 사건을 포함해 또다른 시험지 유출 건은 없는 지, 이번 사건에 제 3자가 개입돼 있는 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험지 유출에 ‘윗선 또는 제 3자의 개입’이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 과정에서 풀어야할 과제다.

전교조 측은 시험지 유출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사립학교 특유의 역학구도를 알고서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교조 광주지부 관계자는 “사학법인의 특성상 행정실장 독단으로 이같은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관련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어 내부적으로 관련 테스크포스(TF)를 꾸려 조사에 나설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전체 9과목 가운데 5과목만 유출시킨 것과 관련해서는 ‘운영위원장 아들 C군이 나머지 과목 실력은 안정적인데다 시험지 유출 의심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학교 안팎에서 나온다.

B씨가 경찰에 자수하기 전 광주일보와 통화에서 “(시험지 유출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밝힌 점에 미뤄 1회성 유출이 아니거나 윗선 등 제 3자 개입 가능성을 얘기하는 이들도 있으나, 경찰은 “단순 변명일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한 상황이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