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누구도 예상 못했던 ‘비호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반전 그 자체였다. 많은 전문가들과 여론조사기관들은 클린턴 힐러리의 당선을 점쳤었다.

당시의 그 많던 트럼프 지지자들은 왜 선거 직전까지 드러나지 않았을까? 혹은 설문조사에 ‘실제로’ 누구에게 투표할지 솔직하게 답하지 않았던 것일까?

세계가 주목하는 데이터 과학자이자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세스 스티븐수 다비도위츠는 당시의 데이터상의 비밀을 알아차렸다. 그것은 트럼프 지지층이 흑인 비하 단어인 ‘깜둥이’(nigger)를 검색하던 인종주의자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 사람들이 설문조사원이나 지인들에게 자신이 흑인을 혐오하며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거였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가 펴낸 ‘모두 거짓말을 한다’는 검색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들의 숨겨진 욕망과 생각을 들춰낸다. 책은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됐고 ‘아마존’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기도 했다.







책에는 인종주의뿐 아니라 정신질환, 성생활, 낙태, 종교, 건강 등 실생활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인간의 본성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일반적인 모습이 거짓말로 왜곡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오바마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손해 본 표가 얼마나 되는지 연구했다. 구글 트렌드는 특정 단어가 지역별, 시간별로 얼마나 자주 검색되는지를 알려주는 구글 서비스다. 지난 2008년 11월 오바마가 당선된 날, 일부 주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보다 ‘깜둥이 대통령’을 더 많이 검색했다. ‘오바마’가 들어간 검색어 100개 중 1개에는 ‘kkk’나 ‘깜둥이’가 포함돼 있었다.

설문조사에서 아닌 척 숨겼지만 사람들은 사적공간에서 흑인을 조롱하는 마음을 마음껏 드러냈다. 저자는 지역별 인종차별적 검색률을 토대로 미국의 인종주의 지도를 만들었는데 트럼프 지지율을 표시한 지도와 일치했다.

구글 검색이 의미 있는 것은 데이터가 많아서가 아니다. 사람들이 솔직한 생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을 것을 구글, 네이버, 다음과 같은 거대 검색엔진에는 한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것 중 관심사항 중 하나가 성생활이다. 구글에 드러난 결혼생활의 큰 불만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섹스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섹스 없는 결혼생활’이 ‘불행한 결혼생활’보다 3.5배 많이 검색되고 ‘사랑 없는 결혼생활’보다 8배나 많이 검색된다.

뿐만 아니라 대화하지 않는 배우자에 대한 불만보다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 배우자에 대한 불만이 16배 많다. 연인관계의 커플에 대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문자메시지에 답을 하지 않는 애인보다 성관계를 원치 않는 애인에 대한 불만이 5.5배 많았다.

“추측컨대 당신은 고상한 사람들 앞에서는 인정하기 어려운 행동이나 생각을 검색창에 입력하곤 할 것이다. 사실, 미국인 대다수가 구글에 매우 사적인 사항을 이야기한다는 너무도 강력한 증거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날씨’보다 ‘포르노’를 더 많이 검색한다. 남성25퍼센트와 여성 8퍼센트만이 포르노를 본다고 인정한 설문조서 데이터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이렇듯 사람들은 표면과 달리 거짓말을 하고 있다. 친구나 연인, 의사에게뿐 아니라 정작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향후 데이터 과학이 모든 학문 분야에서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더퀘스트·1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