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6·13 지방선거 참패의 후폭풍에 휩싸이면서 20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이 기약없이 늦춰지고 있다. 당장, 6월 임시국회도 본회의 한번 열지 못한 채 회기를 종료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회 원 구성은 물론 판문점 선언 지지결의안과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선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로 인한 내홍을 수습하기 전까지 원 구성 협상에 나서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 역시 오는 25일에나 원내대표를 새로 선출할 예정이며, 민주평화당도 선거 패배를 놓고 조기 전대 개최를 논의하고 있어 국회 공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일단 민주당은 원 구성 협상의 마지노선을 다음 달 17일 제헌절로 보는 분위기다. 아무리 늦어도 그때까지는 국회를 완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장 선출 절차가 기약없이 지연될 경우 최다선인 한국당 서청원(8선) 의원이 의장을 대신해 70주년 제헌절 경축사를 발표하는 이례적인 광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

민주당은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발 맞추는 차원에서 국회가 조속히 판문점 선언 지지결의안과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고 혹시 있을지 모를 개각 시 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국회 원구성이 이뤄져야 해결될 사안들이다.

일단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원 구성 협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달 말까지 여야 합의로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배분을 마치고 7월에나 의장단을 선출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가 원 구성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해도 극심한 진통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회의장단은 의장 1명, 부의장 2명으로 총 3명인데 이 자리를 나눠야 하는 교섭단체는 4곳이기 때문이다. 또 국회 운영위원장, 법제사법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을 두고도 여야의 양보없는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6월 임시국회 개의는 사실상 물 건너 갔으며 제헌절 전까지라도 원 구성을 마치면 다행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야당 몫 국회부의장 자리를 두고도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의 힘 겨루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바른미래당은 내부적으로 주승용 의원을 국회부의장으로 밀고 있는 분위기지만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평화당은 국회 부의장 자리를 상임위 배분의 지렛대로 활용한다는 기류다. 국회부의장 협상을 잘 한다면 상임위원장이나 특별위원장 자리를 하나 더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과 평화당 광주·전남 의원들 사이에 물 밑 합의가 이뤄지면서 주승용 국회부의장 카드가 극적으로 관철되지 않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평화당 관계자는 “분당 과정에서 감정의 앙금이 쌓이긴 했지만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면서 “주 의원이 원만간 성격인데다 지역 출신 인사가 국회부의장이 되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욱 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