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김진구 우산중 교감] 동그라미는 나중에
2018년 06월 19일(화) 00:00 가가
교육부의 신뢰도가 낮다. 근현대 교육에서 교육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적이 별로 없었지만 지금은 낮아도 너무 낮다. 차라리 교육부를 없애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극단적이고 조롱 섞인 의견도 있다.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정부이지만 유독 교육부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갈수록 이해 당사자가 첨예하기 부딪치는 오늘날,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그 성과를 내기란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개선안을 발표하기 전에 더 숙려하고, 발표 후에는 고심한 진정성이 국민들에게 전달되었다면 지금처럼 신뢰가 낮지는 않았을 것이다. 거론된 정책에 대해 찬반은 차치하고, 추진 과정을 보면 뒤집고(절대평가 후퇴, 대학에 정시 확대 요구), 미루고(수능 개편 유예,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유보), 넘기고(9개 대입 개편안 이송, 재이송)이다.
첫 단추는 수능 평가 방법이었다. 지금까지 여러 발표와 보도 자료들을 정리해 보면 수능 절대 평가 확대는 교육부의 확고한 정책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10일 ‘네 과목 절대 평가’를 1안, ‘전 과목 절대 평가’를 2안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3안은 없다고 했다. 그러자 수능이 자격고사화 되고, 대학에서는 변별력이 낮아 선발에 어려움이 있다는 등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8월 31일 1년 유예를 선언했다. 개편안 당사자인 중3 학생(현 고1)의 수능 밥상이 중2로 넘어갔다. 이제는 ‘전과목 절대 평가 전환(1안)’과 ‘상대 평가 유지(2안)’를 가지고 공론화를 거쳐 오는 8월 초 확정할 예정이다.
두 번째 미뤄진 것이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수업 금지’이다. 지난해 12월 말 유아 교육 혁신 방안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 후 과정에서 영어 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3주 만에 뒤집었다. 영어 수업을 금지할 경우 사교육으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 등을 우려해서 시행 결정을 1년 유보했다. ‘학교 생활 기록부 개선 방안’은 지난해 11월 확정해서 금년 새 학기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정책 숙려제로 미뤄졌다.
지난 5월 말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가 공론화 의제 3안을 공론화위원회에 넘기고 나머지는 다시 교육부로 결정을 위임하자 어느 신문 기사의 제목은 “대입 개편안 하청에 재하청, 돌고 돌아 도로 교육부”였다.
과정을 정리하면 이렇다. 교육부는 ‘선발 방법 비율(학생부 위주 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 비율)’, ‘수시 수능 최저 학력 활용 여부’, ‘수능 평가 방법’, ‘선발 시기’, ‘학생부 종합전형 선발 투명성 제고’, ‘수능 과목 구조 개편’, ‘객관식 지필 고사 축소·폐지’, ‘면접·구술 고사 개선’, ‘수능-EBS 연계율’ 등 9개 대입 개편 이송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넘겼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를 꾸려서 이 중 3개 안건(선발 방법 비율, 수시 수능 최저 학력 활용 여부, 수능 평가 방법)만 공론화위원회에서 다루고, 나머지 6개 안에 대해서는 “기술적·전문적 성격이 높아 대입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교육부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수시·정시 통합은 ‘현행 유지’를 권고”하면서 공을 다시 교육부로 넘겼다. 애초 전문성을 가진 교육부가 책임있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까지도 몽땅 떠넘긴 모양새가 되었다. 최선의 대입 개편안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해당 학생과 학부모들의 원망을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중 어느 부서에서 들어야하는가.
드 멜로 신부가 쓴 ‘일분 헛소리’란 책에 이런 글이 있다.
“여러분들이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알아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생각들을 확인해 주는 무엇인가를 찾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이 논증한다는 것은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옹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느 마을을 임금님이 지나가다가 보니 놀라운 사격 솜씨의 표지들이 있었다. 나무들과 헛간들과 담장들에 곳곳이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데, 동그라미마다 정확히 한가운데 총탄 구멍이 나 있었다. 임금님이 이 비범한 사수를 보자고 했다. 불러다 놓고 보니 열 살 어린이였다.
‘못 믿을 노릇이로고. 어찌 그다지도 잘 하는고?’
‘떡 먹기보다 쉽사와요. 먼저 쏘아 놓고 동그라미는 나중에 그리와요.’
이처럼 여러분은 결론부터 먼저 내려놓고 그 둘레에다 전제들을 쌓아 올립니다. 여러분이 고수해 나아가는 방식이 아닙니까?”
윗 글에 빗대어 말하면 “대입 개편안 결정은 정말 쉬워요. 일단 복안을 발표하고, 반대가 심하면 바로 미루거나 여론 조사로 결정하면 되니까요.” 이 명사수 소년과 무엇이 다른가. 장렬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과정을 정리하면 이렇다. 교육부는 ‘선발 방법 비율(학생부 위주 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 비율)’, ‘수시 수능 최저 학력 활용 여부’, ‘수능 평가 방법’, ‘선발 시기’, ‘학생부 종합전형 선발 투명성 제고’, ‘수능 과목 구조 개편’, ‘객관식 지필 고사 축소·폐지’, ‘면접·구술 고사 개선’, ‘수능-EBS 연계율’ 등 9개 대입 개편 이송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넘겼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를 꾸려서 이 중 3개 안건(선발 방법 비율, 수시 수능 최저 학력 활용 여부, 수능 평가 방법)만 공론화위원회에서 다루고, 나머지 6개 안에 대해서는 “기술적·전문적 성격이 높아 대입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교육부가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수시·정시 통합은 ‘현행 유지’를 권고”하면서 공을 다시 교육부로 넘겼다. 애초 전문성을 가진 교육부가 책임있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까지도 몽땅 떠넘긴 모양새가 되었다. 최선의 대입 개편안이 나오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해당 학생과 학부모들의 원망을 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중 어느 부서에서 들어야하는가.
드 멜로 신부가 쓴 ‘일분 헛소리’란 책에 이런 글이 있다.
“여러분들이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알아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 자신의 생각들을 확인해 주는 무엇인가를 찾아내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이 논증한다는 것은 진리를 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옹호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느 마을을 임금님이 지나가다가 보니 놀라운 사격 솜씨의 표지들이 있었다. 나무들과 헛간들과 담장들에 곳곳이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는데, 동그라미마다 정확히 한가운데 총탄 구멍이 나 있었다. 임금님이 이 비범한 사수를 보자고 했다. 불러다 놓고 보니 열 살 어린이였다.
‘못 믿을 노릇이로고. 어찌 그다지도 잘 하는고?’
‘떡 먹기보다 쉽사와요. 먼저 쏘아 놓고 동그라미는 나중에 그리와요.’
이처럼 여러분은 결론부터 먼저 내려놓고 그 둘레에다 전제들을 쌓아 올립니다. 여러분이 고수해 나아가는 방식이 아닙니까?”
윗 글에 빗대어 말하면 “대입 개편안 결정은 정말 쉬워요. 일단 복안을 발표하고, 반대가 심하면 바로 미루거나 여론 조사로 결정하면 되니까요.” 이 명사수 소년과 무엇이 다른가. 장렬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