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난 6·13 지방선거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등에 업고 중앙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완벽히 장악한 여권은 안정적인 개혁 동력 확보를 위한 연정 방안까지 모색하는 등 새로운 정치 지형에 맞춘 국회 지배력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지방선거와 함께 12곳에서 치러진 재보선에서 후보를 낸 11곳을 모조리 싹쓸이, 의석수를 130석으로 불리며 원내 1당 자리를 굳혔지만 여전히 국회의 재적 과반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개혁 입법 과제를 처리하기 위해선 국회 과반 확보가 절대적 과제인 만큼,민주평화당과 정의당 등 우호적 세력과 안정적으로 손을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안별로 범여권, 나아가 야권과도 협력하는 연대 전술에서부터, 비슷한 성향의 정당과 함께하는 연정에 이르기까지, 여권 각 정파별로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는 8월로 예정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주자들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한다는 명분으로 민주평화당 및 정의당과의 연대 및 연정 카드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하지만, 지방선거 승리에 취해 너무 앞서 나서다가는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어 당 지도부에서는 ‘연정 및 연대’ 등의 단어보다는 민생과 경제 등을 챙기며 당분간 낮은 자세를 보인다는 방침이다.

반면, 보수 야권은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하면서 지도부 사퇴가 이어지는 등 정치적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당장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김성태 원내대표의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김 권한대행은 15일 오후 2시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수습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도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조만간 박주선 공동대표 등 지도부 사퇴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에 그친 안철수 전 대표도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계은퇴설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보수 진영의 재편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합리적 보수 등 그동안의 보수 가치의 전환은 물론 인적 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진영이 새로운 가치를 근간으로 제3지대에서 ‘헤쳐모여’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의 성적을 거둔 가운데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연정’ 카드를 주목하고 있다. 보수 진영의 재편을 통해 바른미래당의 일부 호남 의원들이 가세한다면 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활로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21대 총선에 가까워지면 정치 상황에 따라 ‘통합’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느냐는 기대섞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호남 지역위원장들의 반발은 물론 연정 및 통합에 대한 당 내부의 거부감 등도 만만치 않아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따라 평화당은 당분간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추후 정치 상황에 따라 활로를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별다른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평화당 의원들에 대한 호남 민심의 따가운 눈총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임동욱 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