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은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4일 열린 본회의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은 예고한 대로 본회의에 불참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오전 10시2분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지만, 야당 쪽 의석은 텅 빈 상태였다. 하지만, 정 의장은 예정된 의사 일정, 즉 정부 개헌안의 의결 절차를 밟았다. 정 의장은 개의 선언 직후 개헌안을 상정했고,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을 대신해 개헌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했다. 다만, 곧바로 표결에 부쳐지지는 않았다. 야당 의원들이 의사진행 발언을 한 때문이었다.

결국, ‘개헌안 의결 본회의’는 민주당 의원들만 남은 채 진행됐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토론을 신청, 텅 빈 본회의장을 바라보며 야당의 출석을 압박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찾지 않았고, 정 의장은 오전 10시51분 개헌안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한 의원은 모두 114명, 개헌안 가결을 위한 의결정족수 192명에 한참 못 미쳤다.

이를 보고받은 정 의장은 “투표하신 의원 수가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왜 개헌표결 강행했나=한국당의 본회의 불참과 야3당의 투표 불참은 전날부터 예상됐던 결과다. 따라서 관심은 민주당이 이런 결과를 예상하고도 왜 표결을 강행했다. 이 배경에 대해 야당에서는 ‘지방선거용’이라는 정략적 의도로 보고 있다.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 무산의 책임을 야당에 돌려 ‘개헌세력 대 호헌세력’의 구도를 만들려 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여당이 개헌 무산 책임을 굳이 야당에 돌리지 않아도 이미 지방선거에서 우세한 지형을 점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당과 청와대는 ‘헌법상 의무’라는 명분만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야당의 반발을 물리치고 본회의 표결을 시도한 것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여권이 개헌 논의 전반에 대해 출구 전략을 마련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공은 국회로=국회는 지난 1년 6개월 헌정특위를 중심으로 개헌 논의를 이어갔다. 각 정당별 자체 개헌안을 내놓고 개헌연대도 구성하는 등 나름의 노력도 했다. 그러나 쟁점 사안, 특히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냈고 이 안은 폐기됐다.

이제 개헌 논의를 더 할지, 아니면 그만둘지 국회가 선택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개헌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있어서 동력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선 한동안 개헌이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의 개헌 동력이 떨어진 탓이다. 특히 여권에서 동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여야는 6월까지는 개헌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시한도 아직은 한 달여의 시간이 남았다.

정세균 의장은 “개헌 추진의 불씨는 거지지 않았다”며 “6월 내 국회의 개헌 단일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 개헌안의 표결에 불참했던 야당들 역시 국회 개헌안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물밑에선 개헌 추진 움직임이 여전하지만 국회 헌정특위를 중심으로 한 개헌 논의가 1년6개월 동안 이뤄졌음에도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전망이 일반적이다.

/박지경기자 jk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