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주요국의 금리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가계 빚이 1460조원대로 늘어나며 사상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택담보대출 위주 규제 강화로 ‘대출길’이 막히면서 가계신용대출이 증가, 덩달아 광주·전남지역의 가계 빚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8년 1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전국 가계신용은 1468조원으로, 지난해 12월 말(1450조8000억원)보다 17조2000억원 늘었다. 가계신용 잔액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지난 2002년 4분기 이후 최대치다.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각종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과 결제 전 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을 합친 통계다. 가계 부채를 포괄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부문별로 가계대출은 1분기 말 기준 1387조원으로 집계됐다. 석 달 사이 16조9000억원 늘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668조9000억원)이 8조2000억원 늘었다.

상호금융,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7000억원 증가한 314조6000억원을 기록했고, 보험과 연금기금, 카드사 등 기타금융기관 가계대출은 403조5000억원으로 8조원 늘었다. 또 주택담보대출 규제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기타대출 잔액도 4조9000억원이 증가한 401조원을 기록했다.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전국 가계신용이 늘어남에 따라 광주·전남지역 가계대출도 크게 불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예금취급기관의 지역별 가계대출 잔액 현황을 살펴보면 광주지역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016년 21조7272억원에서 지난해 22조8041억원으로 증가하다가, 올해 1분기 들어서는 23조1110억원까지 늘었다. 불과 1년 3개월 만에 무려 1조3838억원(6.37%)가 불어난 셈이다.

전남지역의 가계대출 잔액의 증가폭은 더 크다. 지난 2016년 19조2044억원에서 지난해 21조1280억원, 올해 1분기 21조2993억원으로 2조949억원(10.9%)이나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가계대출에 비해서는 증가폭은 낮았지만 여전히 잔액이 늘고 있다.

광주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6년 13조5102억원에서 올해 1분기 14조1403억원으로 6301억원(4.6%) 증가했고, 전남은 7조4814억원에서 8조645억원으로 5831억원(7.79%) 늘었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자 상환에 대한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민간소비 위축과 가계 부채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관리대책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올해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이 많은 점이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지켜봐야 한다”며 “기타대출 증가세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신용자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늘고 있어 리스크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 3월부터 새로운 대출규제 정책이 도입돼 있어 기타대출 증가세도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웅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