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신군부의 핵심기관이었던 505보안대(당시 서구 화정동)를 사수하기 위해 무리하게 작전을 전개해 무고한 시민 8명을 살해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군이 그동안 국군통합병원 확보를 위해 진입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505보안대 앞 도로에 대형 폭발물의 일종인 대화구까지 설치하는 등 사실상 계엄군 핵심기관을 방어하기 위한 작전이었다는 것이다.

23일 김희송 전남대학교 5·18연구소 연구교수에 따르면 신군부는 그동안 20사단의 국군통합병원 확보작전은 ‘군 부대 요원 및 민간 부상자 치료’가 목적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지난해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505보안대의 안전 확보가 감춰진 작전 의도였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20사단 충정작전 보고를 살펴보면 20사단 62연대 2대대는 1980년 5월 22일 오후 5시 APC(장갑차) 3대를 선두로 전투병과교육사령부(전교사)에서 출발한다. 문서에는 ‘50분 뒤 통합병원을 확보했다’고 적혀 있으며 전과는 사상 3명·부상 10명·체포 25명, 피해는 사망 1명·부상 4명으로 기록됐다. 여기에는 ‘통합병원 확보를 위한 교전 결심, 군부대 요원 및 민간인 부상자 원활한 치료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각오한 지휘관의 작전구상이었음’이라는 문구가 첨부돼 있다.

이와 달리 보안사령부가 작성한 ‘광주사태 일일속보철’과 ‘전교사 작전처 일지’에서 20사단 작전의 진짜 목적이 드러난다. 일일 속보철에는 5월 21일 오후 5시15분 상황으로 ‘20사단장 책임하에 자체 경계 계획 수립 시행예정인 바, 담당 구역은 통합병원을 중심으로 전교사, 사월산 탄약고까지의 지역임.(505보안부대도 포함)’이라고 기록돼 있다. 사실상 유혈진압을 지휘한 전투교육사령부와 505보안 부대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담긴 문건이다.

실제 전교사 작전처 일지에는 다음날 새벽 0시15분 ‘도로차단 작업 4개소 완료’라고 나와 있으며 ‘보안부대 앞’이 차단 장소에 포함돼 있다. 철조망만 설치된 다른 3곳(전교사 북문·정문·마륵동 군인아파트)과 달리 보안부대 앞에는 ‘대화구 및 뚝’이 설치됐다. 대화구는 전차나 차량의 이동을 저지하기 위한 폭발물로 살상반경이 크다고 알려져 있다.

20사단의 국군통합병원 진입 작전은 5월21일 오후 광주시 외곽지역으로 계엄군이 철수한 이후 5월27일 전남도청 함락 이전 계엄군이 광주시가지로 재진입한 유일한 병력운용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20사단은 3명을 사살했다고 기록했지만, 집 안으로 날아든 총탄에 맞아 이매실(여·당시 68세)씨를 비롯한 총 8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20사단 62연대 2대대 8중대 출신 정모(59·당시 일병)씨도 “당시 앞서서 가던 5·6중대는 치열하게 교전했다. 광주시민이 많이 희생된 것으로 안다”고 광주일보에 증언했다.

그동안 군이 국군통합병원을 확보하려 했다는 점은 꾸준히 의문을 낳았다.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들도 치료하고 있어 시민군이 굳이 위협할 이유가 없고 관련 기록도 없기 때문이다. 당시 국군통합병원장을 맡고 있었던 김연균 광주시의사회 고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월18일부터 27일까지 입원한 민간인 환자는 137명에 달했다.

김 교수는 “5월21일 이후 유일하게 광주 시내권에 있었던 505보안대는 21일 오후 20사단에 경계병력을 요청한 데 이어 22일 새벽에는 ‘대화구’라는 대규모 살상무기까지 설치하는 등 방어전략을 전개했다”며 “신군부가 505보안부대의 안전을 위해 무리하게 작전을 전개,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