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근로자의 날,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facebook)을 통해 “노동의 가치와 존엄은 바로 우리 자신의 가치와 존엄입니다”라고 노동의 의미를 되새기고 ‘노동 존중’을 핵심 국정기조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권 출범 1년이 지나면서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노동시간 주 52시간 상한제 등을 골자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다.

여당과 야당, 노동 단체와 경제 단체, 문재인 정부는 각자의 입장에서 노동 정책들을 평가하고 있다. 사용자와 노동자 역시 회사 조직이라는 공동체적 입장이 아닌 각자의 입장에서 노동 정책을 평가하고 있다.

또한 삼성과 대한항공 등의 노사 갈등이 갑과 을 관계의 문제로 확산해 사회적인 이슈가 되면서 대기업의 노사관계에 대한 실망감도 큰 상태이다.

많은 노동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와 노동자의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고, 노사간에 만족할 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 가지 예시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 직접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교육 과정을 마치게 되면 회사에서 사업주, 노동자의 신분으로 하루에 8시간, 주 5일 근무를 30년 동안 하게 된다. 사업주는 회사의 규모와 상관없이 가장 많이 지출하는 비용이 인건비이고,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연봉 3000만 원으로 30년을 일하게 되면 9억 원, 4인 가족이 동일한 조건으로 일하게 되면 36억원의 임금 소득이 발생하게 되는 상호간의 관계로 조직 되는 것이 회사이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회사라는 조직의 성과는 국가 발전에 중요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사업주와 노동자의 관계는 계약 관계이고, 근로기준법 제17조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서면으로 작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계약서의 작성과 해석은 상식적인 수준에서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를 제외하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한국노동교육원이 발표한 ‘선진 5개국 학교 노동교육 실태’를 보면 미국 학생은 중학교 사회 교과서인 ‘시민론’ 등에서 노동조합·노사관계 등을 배운다. 영국과 프랑스는 시민교육 과정에서 ‘노동에서 권리와 책임’을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독일은 ‘노동지향적 일반교육’이라는 관점 아래 사회·실업 과목에서 토론·체험식 교육을 한다.

노동 선진국이 되는 이유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노동 정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사업주와 노동자가 상호간에 지켜야할 기본적인 규칙과 이해 능력을 토대로 형성된 노사 관계에서 나온 노동 정책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에는 사업주의 권리와 의무, 노동자의 권리와 의무를 가르키는 정규 교육 과정은 없고,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하는 형식적인 교육만 있을 뿐이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사업주와 노동자 상호간에 지켜야할 규칙을 알지 못하므로 불필요한 노사 갈등이 발생하고, 노사 갈등이 사회적으로 이해되지 못하며 해법을 제시하기도 힘든 것은 필연적이다. 이로 인해 회사의 구성원인 사업주와 노동자는 갈등의 상대방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노동 단체와 경제 단체,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반영하여 노동 정책을 만들어 내고 있지만, 대부분 결과가 좋지 않은 근본적인 원인이 여기에 있다.

사업의 효율성과 노동의 안정성,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현재까지의 노동 정책들이 외형적인 성과 지향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또 정부는 갈등적 노사 관계의 큰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자성해야 한다.

삼성과 대한한공 등의 노사 갈등의 문제를 기업과 사법당국만의 일로 생각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져서는 안된다.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 늦었지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이고, 노사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직접적인 교육적 노동 정책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앞으로 미래 세대에게는 ‘갑질’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노동 존중’ 사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