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당시 국내에서 철저하게 고립된 광주를 돕기 위해 해외 인권단체들이 국가를 초월해 연대활동을 펼쳤다는 조사 결과가 처음으로 나왔다.

24일 5·18기념재단은 미국 UCLA 동아시아 도서관(East Asia Library)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를 분석한 1차 보고서 ‘북미지역 인권단체의 광주항쟁 연대활동과 그 영향력’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5·18 관련 해외자료 수집·분석사업의 하나로, 지난 2016년 재단이 UCLA대학교 동아시아 도서관에서 발굴, 확보한 5·18 관련 자료 6300건 중 일부를 최용주 재단 비상임연구원이 번역·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일본, 유럽 인권단체들은 ‘초국적 후원네트워크’(Transnational advocacy network·TAN)를 구축해 광주항쟁을 국외에서 후원하는 등 국제 연대활동을 전개했다.

이들은 일본, 북미, 유럽 인권단체들로 5·18 초기부터 진상을 신속·정확하게 파악해 각종 보고서와 뉴스레터 등으로 광주 참상을 국제적으로 알렸다.

가장 빠른 것은 미국 시카고에서 활동하는 아시아 인권단체(Church Committee on Human Rights in Asia)가 1980년 5월20일자로 발행한 ‘Korea:Action Alert’이다. 이 소식지에는 5월18일 비상계엄 전국 확대에 따른 예비검속자 명단과 함께 광주에서 발생한 무력충돌로 3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예비검속자 명단이 구체적이고 이 단체 운영자가 ‘월요모임’(한국에서 활동한 외국인 선교사들이 1970년대 결성한 모임) 출신인 점을 들어 외국인 선교사들이 상황을 전파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5월23일 계엄군의 만행과 광주 항쟁 정신을 영어 편지로 작성해 외국 특파원에게 전달했다. 이 편지는 일본 방송사 NHK가 5월26일자로 보도했고 일본의 시사잡지 ‘세카이’는 ‘한국의 소녀가 보낸 편지’라는 제목으로 게재하며 화제가 됐다.

항쟁이 끝난 직후 외국 인권단체들이 기초적인 진상조사 활동을 펼친 사실도 확인됐다. 1980년 6월 22∼28일 미국인 의사 2명(Glenn M. Gordon, Young Song Kim)이 광주를 방문해 자체 조사를 벌인 후 8쪽 분량 ‘Fact-Finding Mission on Kwangju, Korea’를 작성했다. 이들은 시신 내부에 총알 파편이 퍼져 있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계엄군이 일반 탄알보다 치명적인 연성탄(soft bullets)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같은해 7월에는 퀘이커교 인권단체 소속 활동가 두 명이 광주와 서울을 방문해 8쪽 분량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에는 광주의 암울한 분위기를 묘사하면서 항쟁 구속자들이 심한 고문을 당하고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최 연구원은 “앞으로 북미지역 인권단체들의 이러한 활동이 미국의 대한(對韓)정책 수립과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용희기자 kimy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