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김진구 우산중 교감]학교 텃밭과 말바우 시장
2018년 03월 27일(화) 00:00 가가
학교 텃밭에 거름을 하고, 모종을 사러 말바우 시장에 갔다. 말바우 시장의 느낌은 편안하고 푸짐해서 좋다. 광주 동북 방면인 담양, 장성, 곡성의 온갖 푸성귀가 우산동 말 바위 근처에 모여 직거래로 이루어진 2, 4, 7, 9일 재래시장이다. 구부정한 할머니의 손길을 따라 담벼락 아래 늘어선 곡물이나 채소류, 약초나 각종 해초류까지 보기만 해도 정겹다. 공해에 오염되지 않은 고향의 보약 같은 밥상이 떠오르고, 덤으로 얹어 주는 인심 때문에 골판지에 써 붙인 가격표가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든다.
말바우 시장은 그 유래가 된 말 모양의 바위는 사라지고 서방(서방 사거리), 우산, 오치 등 행정 명칭만 남았지만 조선시대와 근대사로 이어진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광주군 서방면 우산리에 경양역이 있었고 이 경양역촌을 중심으로 말바우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광주 북쪽 시골사람들이 물물교환을 위해 광주읍내로 들어오다가 텃새가 심한 역촌 어귀에서 길이 막혀 역촌마장이었던 말 바위 근처에 장이 섰다는 것이다. 역촌사람들은 말굽 편자를 만들던 장제 기술과 말을 장식하던 매듭 솜씨가 뛰어났고, 질 좋은 수공예품이 많아 읍장 못지않게 인기가 있었으며, 창평, 담양, 각화 일대의 나무꾼이 몰려 오늘날 동강대 앞에는 나무 시장이 섰다고 한다.
말바우 시장을 걸으면서 떨칠 수 없는 생각이 경양방죽과 태봉산이다. 경양역은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경양방죽은 광주역 근처 태봉산을 깎은 흙으로 60년대에 매립되었다. 향토사학자인 노성태 교사(국제고)가 쓴 ‘광주의 기억을 걷다’에 보면 500년 넘게 광주의 젖줄이었고 휴양지였던 경양방죽은 1939년 일제에 의해 3분의 2가량 메워졌고, 1967년 2차 매립의 수모를 당하면서 흔적조차 없게 되었다. 광주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광주읍이 광주부로 승격될 무렵인 1935년 경양방죽 매립이 처음 추진되었는데 이때 주민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장차 광주가 대도시로 발전할 때를 대비해서 경관이 수려한 풍치지구를 아름답게 보전해야 한다.” 매립을 반대하는 이유 한 가지이다. 멀리 내다보는 탁견이 아닐 수 없다. 5만여 평의 경양호와 수백 년 된 벚나무, 팽나무, 왕버들나무가 현재 광주은행 본점과 계림동 옛 시청으로 이어진 방죽에 남아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무등산이 경양호에 잠시 머물다가 노을 젖은 무진벌의 영산강을 따라 서해로 흐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서 모종 몇 판을 들고 학교로 돌아왔다.
몇 년 전부터 운동장 가에 상자 텃밭과 노지 텃밭을 만들어 교직원들이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방과 후 잠깐 짬을 내서 잡초를 뽑고, 한 움큼 채소를 따오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면 그렇게 오질 수 없다. 올해는 담임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가꿀 수 있도록 모든 반에게 텃밭을 분양할 계획이다.
도시 인근의 소규모 학교나 분교, 신입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가 텃밭 가꾸기와 같은 노작 교육을 통해 재학생이 늘어나고 교육적 성과를 거둔 사례가 많다. 한평생 자신이 먹은 음식물을 한 번도 스스로 기르거나 가꾼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학생이나 성인 할 것 없이 푸성귀 한 잎을 직접 가꿔서 먹어본 느낌은 실제 체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텃밭은 투자나 규모는 작지만 성과가 큰 생명 교육의 현장이다.
텃밭이란 말은 고향, 봄볕, 엄마란 단어처럼 머물거나 안기고 싶은 느낌을 준다. 텃밭은 집안에 있거나 집 근처에 있다. 집과 먼 거리에 있는 밭은 텃밭이라 하지 않는다. 텃밭을 가꾸려면 먼저 마음이 텃밭이어야 한다. 단일 품종의 대규모 농사를 꿈꾸면서 텃밭을 가꾸는 것은 어렵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의 마음은 거칠지 않다. 거친 마음이나 큰 욕심으로는 텃밭을 다독일 수 없다. 텃밭은 가까이에서 무엇을 거둔다는 것도 있지만 보살핀다는 의미도 크다. 여린 싹을 가꾸고 보살피는 가운데 마음의 평안을 찾는 심경(心耕)이 된다.
텃밭은 이랑 농사이다. 한 평 정도의 작은 땅이지만 이랑을 따라 상추, 케일, 파, 고추가 자라고 대나무 몇 개 꽂고 오이 넝쿨 올리면 그만이다. 봄 채소는 큰 것부터 솎아먹고, 가을 채소는 작은 것부터 빼먹는 지혜를 보태면 된다. 그리고 이 좁은 공간에서 생산자인 식물과 소비자인 동물(인간), 분해자인 미생물이 어떻게 잘 어우러져야 건강한 생태계인지 깨닫게 된다.
며칠 전에 국사범이 아니라 경제범으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의 식사는 1식 3찬인데 ‘일사천리’로 만든다. 즉 국가가 제공하는 한 끼 공식 비용이 1472원이다. 우리 학생들의 점심 급식 한 끼 식재료비는 2760원이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상추 한 잎만도 못한 권력의 무상함을 우리는 보고 있다.
도시 인근의 소규모 학교나 분교, 신입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가 텃밭 가꾸기와 같은 노작 교육을 통해 재학생이 늘어나고 교육적 성과를 거둔 사례가 많다. 한평생 자신이 먹은 음식물을 한 번도 스스로 기르거나 가꾼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학생이나 성인 할 것 없이 푸성귀 한 잎을 직접 가꿔서 먹어본 느낌은 실제 체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텃밭은 투자나 규모는 작지만 성과가 큰 생명 교육의 현장이다.
텃밭이란 말은 고향, 봄볕, 엄마란 단어처럼 머물거나 안기고 싶은 느낌을 준다. 텃밭은 집안에 있거나 집 근처에 있다. 집과 먼 거리에 있는 밭은 텃밭이라 하지 않는다. 텃밭을 가꾸려면 먼저 마음이 텃밭이어야 한다. 단일 품종의 대규모 농사를 꿈꾸면서 텃밭을 가꾸는 것은 어렵다. 텃밭을 가꾸는 사람의 마음은 거칠지 않다. 거친 마음이나 큰 욕심으로는 텃밭을 다독일 수 없다. 텃밭은 가까이에서 무엇을 거둔다는 것도 있지만 보살핀다는 의미도 크다. 여린 싹을 가꾸고 보살피는 가운데 마음의 평안을 찾는 심경(心耕)이 된다.
텃밭은 이랑 농사이다. 한 평 정도의 작은 땅이지만 이랑을 따라 상추, 케일, 파, 고추가 자라고 대나무 몇 개 꽂고 오이 넝쿨 올리면 그만이다. 봄 채소는 큰 것부터 솎아먹고, 가을 채소는 작은 것부터 빼먹는 지혜를 보태면 된다. 그리고 이 좁은 공간에서 생산자인 식물과 소비자인 동물(인간), 분해자인 미생물이 어떻게 잘 어우러져야 건강한 생태계인지 깨닫게 된다.
며칠 전에 국사범이 아니라 경제범으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의 식사는 1식 3찬인데 ‘일사천리’로 만든다. 즉 국가가 제공하는 한 끼 공식 비용이 1472원이다. 우리 학생들의 점심 급식 한 끼 식재료비는 2760원이다. 텃밭에서 직접 키운 상추 한 잎만도 못한 권력의 무상함을 우리는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