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매각 논란이 지역 사회를 달구고 있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에 대한 채권(1조3000억 원) 만기를 3월 말로 1개월 연장해 주는 조건으로 중국 자본인 더블스타에 매각하려고 하자 노조가 해외 매각을 반대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먹튀’ 우려가 있는 해외 매각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가이다.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쥐고 있는 채권단은 더블스타 외에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회사가 없어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매각 조건도 고용을 3년간 보장하고 최대 5년간 매각 제한 기간을 정해 놓아 노조가 걱정하는 고용 불안이나 광주와 곡성 등 국내 공장 폐쇄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더블스타가 중국 내 3개 공장을 보유한 금호타이어 인수를 통해 중국 1위는 물론 글로벌 10위 이내 업체로 도약을 꿈꾸는 만큼 실익이 없는 국내 공장 폐쇄는 시간문제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호타이어 운명은 채권단과 노조의 손에 달려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 결정권은 채권단에 있지만 매각 시 노조의 동의를 얻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결국 채권단과 노조가 합의점을 찾아야 하지만 현재로선 접점이 보이지 않는다. 채권단은 해외 매각 불발 시 법정관리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노조는 더블스타가 싫다면서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외매각만이 최선은 아니다



따라서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한 해법도 채권단과 노조가 다를 수밖에 없다. 채권단은 우선 해외 매각에 따른 ‘먹튀’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의 행태와 최근 GM의 대규모 희망퇴직을 지켜보면서 해외 자본의 ‘먹튀’ 우려가 커진 상태다.

채권단은 금호타이어의 청산가치(1조 원)가 존속가치(4600억 원)보다 높다며 더블스타 매각 외에 방법이 없다고 하지만 노사가 마련한 자구 계획을 이행할 경우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1575억 원 많아진다는 것을 아는 만큼 굳이 더블스타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또 금호타이어가 국내 타이어업계 유일의 방산업체라는 점도 고려해 기술 유출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노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채권단이 해외 매각을 고집하는 속내를 들여다보면 강성 노조가 있다. 강력한 노조가 있는 기업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더블스타라는 인수자가 있을 때 파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1994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금호타이어 광주 공장에서 대규모 파업이 발생했다. 파업 현장은 흡사 전쟁터와 같았다. 노사 협상 결렬로 경찰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자 노조는 담장은 물론 공장 내부에 타이어를 쌓아 놓고 불을 질렀다. 시꺼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고 매캐한 연기는 숨쉬기 힘들 정도였다. 사태가 일촉즉발로 치닫자 인근 주민들은 집을 떠나 대피를 하기도 했다.

24년이 지난 지금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는 공장 근처 통신탑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고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세월은 흘렀지만 변한 것이 없다. 데자뷔도 이런 데자뷔가 없다.

노조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금호타이어가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투자가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대체로 맞는 얘기이지만 생사 위기에 처한 상황에선 의미 없는 책임 공방일 뿐이다. 채권단과 외부에서 바라보듯 고비용 원가 구조가 경쟁력 상실의 원인이고 그 원인의 상당부분이 습관처럼 매년 파업을 하는 강성 노조에 있다는 지적을 냉정하게 새겨야 한다.



강성 노조 이미지부터 바꿔야



고공 농성이나 총파업도 좋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에 기댈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향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경쟁사처럼 40년 무분규는 아니더라도 일정 기간 무분규를 약속하거나 금속노조 탈퇴라는 파격적인 선언을 하면 어떨까.

금호타이어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시민들도 마찬가지다. 금호타이어 존속을 위해서라면 고강도 구조 조정을 동반한 법정관리에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시중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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