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출연기관 간부가 여직원 2명을 상습 성희롱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전남도는 이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도 안팎에서는 최근 각계에서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남 관가(官家)로 확산할 지 주목하고 있다.

22일 전남도와 (재)전남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전남문화관광재단 5급 팀장 김모씨는 여직원 2명을 수개월간 성희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단 조사 결과, 김씨는 20대 여직원 2명에게 섬여행, 밤낚시, 술자리 등을 요구하고 성적 언동도 잦았다.

피해 여직원 A씨는 “김씨가 ‘보고 싶다’, ‘이쁜 얼굴 사진을 보면 기분이 풀릴 것 같다’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내와 충격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여직원 B씨는 “1박2일 섬여행, 밤낚시, 술자리, 주말식사 등을 요구해 곤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들 여직원은 “김씨의 성희롱 발언과 문자로 인해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직속 상관이다보니 거부하지 못한채 가슴앓이를 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또 사무실 내에서 부하직원에게 잦은 폭언과 인격 모독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폭언과 함께 결재서류를 부하직원에게 던지는 등 폭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전남도가 지난해 11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3개월째 미적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전남문화관광재단이 성희롱 문제 등에 대해 전남도 감사관실에 감사요청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관실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를 반려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전남도가 성문제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전남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재단 측의 감사 요청은 가해자 조사만을 남겨둔 마무리 단계였다”며 “재단 측이 직접 조사를 마무리하고 징계하라는 취지에서 반려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감사 요청 내용도 성희롱 문제라기보다는 재단 내부 갈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자체 해결하라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씨는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다. 상대적인 문제인만큼 (자신의)불찰이다”며 “감사관실에서 조사 중인 것으로 안다.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여성단체와 성교육 전문가들은 전남도의 안이한 성 인식을 비난하고 나섰다.

전형적인 조직 내 위계에 의한 성희롱인데 전남도가 피해자인 약자의 입장에서 대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해 은폐·방조자도 성실 의무를 위반 것으로 간주해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은 2차 피해를 당하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여성단체 한 관계자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공직사회에서 성희롱 사건을 미온 대처한 것은 그만큼 성 인식이 낮고 조직이 폐쇄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며 “평생 직장이면서 위계 질서가 강한 공직사회 특유의 조직문화를 이유로 성희롱을 묵인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정욱기자 jw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