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바다는 미개척 분야였다. 인간의 마음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었다는 의미다. 그러다 2차 세계대전 기간 필요성이 명확해지면서 미국을 비롯한 해양 강국들이 바다를 연구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알려진 대로 해양학은 1950년대에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이 시기에는 유인 잠수구가 해저 깊은 지점까지 내려갈 만큼 해양 분야가 도약을 했다. 뿐만 아니라 잠수함이 얼음 밑으로 북극의 해분(海盆) 전체를 횡단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성취는 광대한 바다에 비하면 지극힌 미미한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1950년대 수많은 독자들의 해양에 대한 관심을 사로잡은 책이 발간됐다. 자연사와 과학사를 버무린 책은 진지하면서도 강렬하게 독자들을 파고들었다. 생태주의자이자 환경주의자인 작가 레이첼 카슨(1907∼1964)의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출간 두 달 만에 베스트셀러에 진입했다. 저자는 ‘타임’이 선정한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도 뽑힐 만큼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운 주인공이다.

이번에 나온 ‘우리를 둘러싼 바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의 가장자리’ 와 함께 레이첼 카슨의 대표작이다. ‘레이첼 카슨 깊이 읽기’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책은 전 생애에 걸친 자연 사랑을 되새기는 여정 등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우리를 둘러싼 바다’의 특징은 매혹적이면서도 풍부한 구성에 있다는 데 있다. 기교적이면서도 해박한 저자의 식견은 환경 관련 분야도 충분히 시적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책에서 바다 전체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 방식은 바다를 의인화하는 것으로 구체화한다. 작가의 역할을 바다가 들려주는 얘기를 받아 적는 선에서 국한한 것이다. 바다의 작용, 영원성, 생명을 보살피는 모성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지구의 냉각과 바다의 생성을 다루는 저자의 시각은 한 편의 에세이를 보는 것만큼 다채롭다.

“지구의 지각이 충분히 냉각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때 이후로 그토록 엄청난 비가 쏟아진 적은 결코 없었다. 비는 며칠, 몇 달, 몇 년, 몇 세기 동안 밤낮 없이 줄기차게 내렸다. 비는 대기하고 있던 해양분지로 흘러 들어갔고, 대륙 위에 쏟아진 빗줄기는 빠져나가 바다를 이루었다.”

해양 오염에 관한 문제 제기도 당시로서는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었다. 1950년대까지 바다는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나 오염된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자연’의 공간으로 치부됐다. 광대한 데다 지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 탓이었다.

그러나 심각한 것은 해양 동물이 방사능 동위원소를 체내에 축적하고 분배한다는 사실이다. 먹이 사슬의 관계를 살펴보면 결국 인간에까지 이르는 심각한 문제다. 고래 같은 덩치가 큰 동물은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바다에 버려진 방사성 원소를 널리 퍼뜨리는 데 한몫한다.

저자는 “처음 생명체를 탄생시킨 바다가 이제 그들 가운데 한 종이 저지르는 활동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니 참으로 얄궂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바다는 설령 나쁘게 변한다 해도 끝내 존속할 것이다. 정작 위험에 빠지는 쪽은 생명 그 자체다”라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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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