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이 ‘북극 한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24일 광주 최저기온은 기록적인 영하 11.2도를 찍었다. 이날을 포함해 최근 10년 사이 영하 11도 대를 기록한 날은 3차례였다.

이날 광주, 전남 일부 지역에는 한파주의보가 발효됐으며, 전남 서해안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 눈까지 내리면서 도로는 빙판길이 됐다. 이번 강추위는 오는 27일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24일 광주지방기상청 등에 따르면 광주는 지난 2011년 1월 16일(오전 6시)과 2016년 1월 24일(오전 8시) 영하 11.7도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세 번째로 가장 낮은 기온인 영하 11.2도(오전 9시 현재)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영광군이 영하 14.5도로 가장 추웠으며, 신안(압해도) 영하 11.6도 ▲함평 영하 11.5도 ▲무안 영하 11.3도 ▲광주 영하 11.2도 등으로 올 들어 가장 낮은 기온을 나타냈다.

기상청은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에 한파가 몰아친 원인으로 북극에서 내려온 찬 공기를 지목하고 있다.

광주지방기상청 예보과 신지성 담당은 “이번 추위는 러시아 바이칼호 상층에서 기압이 가장 높은 곳을 연결한 선(기압능)이 발달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사할린 주변의 공기가 정체돼 동서의 흐름을 막고 남북의 흐름을 강화시켜 상대적으로 찬 북극의 공기가 한반도로 남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파의 원인인 러시아 바이칼호 상층 기압능이 발달한 것은 북극 주변의 제트기류가 약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트기류는 북극을 돌면서 북극의 한기가 외부로 나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빙하가 녹아 북극 상층의 온도가 오르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졌고, 결국 한기가 러시아를 거쳐 우리나라로 빠져나오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여기에 북태평양 베링해 주변에서 블로킹(차단) 현상이 일어나 한반도까지 내려온 북극의 찬 공기가 오도 가도 못한 신세로 갇히면서 혹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이 때문에 오는 27일까지 혹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날 광주·전남 곳곳에서는 한파로 인한 시민 불편도 이어졌다.

최저 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진 지난 23일 오후 2시 45분께 광주시 동구 장동 7층 규모 상가건물에서 급수관이 동파돼 지하 기계실 200㎡(70평)가 침수됐다. 그 여파로 24일 오후까지 단수조치되는 등 입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뚝 떨어진 기온 탓에 차량 배터리가 방전되는 사례도 잇따라 보험회사와 자동차 정비업소 등에 긴급출동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눈 등 기상 악화로 곡성군 구성재 5km, 진도군 두목재 3.5km 도로가 통제 중이고, 5개 항로 8척의 여객선 운항 중단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분간 기온이 매우 낮아 춥겠지만 28일 오후부터는 낮 기온이 점차 풀려 평년 기온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한영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