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일주일 연기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무사히 마무리됐다. 포항 지진과 그 여파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긴장 속에 시험을 치렀던 수험생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학부모들과 부둥켜 안은 채 떨어질 줄 몰랐다. 학부모들도 시험이 별 탈 없이 진행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23일 시험이 종료된 오후 5시40분께 광주·전남지역 고사장 주변은 수험생들을 기다리는 부모들로 붐볐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오늘은 지진이 일어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는 말이 오가기도 했다.

수피아여고 앞에서 시험을 마친 딸과 만난 한 학부모는 “지진으로 수능이 연기된 지난 일주일이 1년보다 더 길게 느껴졌었다”며 “무엇보다 시험이 무사히 끝나 다행이고 딸이 높은 점수를 받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광주·전남지역 고사장 주변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제62지구 제30시험장인 광주시 북구 경신여고 주변에서는 오전 6시30분부터 고교 1∼2학년 학생 30여명이 자리를 잡고 ‘3학년 재수 없다!’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3학년 선배들을 응원했다. 교사 10여명도 수험생들을 한명 한명 안아주며 격려했다. 같은 시간 제62지구 제33시험장인 광주시 서구 광주여자고등학교 앞에서 교사, 학생 20여명이 엿과 초콜릿을 나눠주며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서강고 박재희(지리 담당) 교사는 “최근에는 시끄러운 분위기가 사라지고 조용히 격려하는 편이다”며 “제자들이 긴장하지 않고 제 실력을 발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험장을 착각하거나 지각한 수험생들은 119와 경찰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이날 오전 7시47분께 북구 문흥동에 거주하는 황모(54)씨는 다급하게 경찰을 찾았다. 아들이 수험표를 집에 놔두고 간 것이다. 문정여고 주변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경찰은 2분 만에 황씨를 태우고 북구 삼각동 고려고등학교까지 역주행까지 감행하며 4㎞를 7분 만에 돌파, 입실 마감시간 전 수험표를 전달할 수 있었다.

오전 8시13분께 송모(18)군은 시험장인 서구 서석고를 남구 석산고로 착각하고 잘못 찾아가 급하게 경찰에 도움을 청했다. 재수생 이모(22)씨도 오전 8시3분께 남구 인성고등학교 앞에서 북구 광주일고로 가던 중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경찰 순찰차를 타고 8시10분까지 입실할 수 있었다.

오전 7시40분께 전남 무안군 현경면 버스정류장에서 김모 양이 “수험표를 찾다가 버스 시간을 놓쳤다”며 도움을 요청, 순찰차를 타고 무안고까지 이동했다.

오전 6시43분께에는 순천시 한 병원에 입원해있던 최모(18)군이 구급차를 타고 광양고 시험장에 입실했다.

이날 오전 8시 자녀가 도시락을 깜박하고 챙겨가지 않았다는 한 학부모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10여분 만에 남구 대성여고에서 동구 전남여고까지 순찰차로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광주·전남 지역에서 경찰·소방의 지원을 받은 수험생은 43명이었다.

광주시 서구 무각사에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수능 100일 기도 회향식’이 진행됐다. 지난 8월9일부터 자녀들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며 100일 기도에 들어갔던 학부모들은 예불식에서 자녀 사진과 수능기도 100일 발원문을 펼치고 염불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

/김한영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