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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진실로 이끄는 용기있는 고백
김 용 희
사회부 기자

2017. 11.23. 00:00:00

이달 초 5·18과 관련해 귀가 솔깃한 제보를 받았다. 5·18 민주화운동 행방불명자의 암매장과 전일빌딩 헬기 기총소사에 관한 내용을 알고 있는 당시 계엄군 지휘관이 전북 진안군에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수소문 끝에 연락처를 확보하고 조심스레 통화를 시도했다. 신분을 밝히고 인터뷰 의중을 묻자 그는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며 사절했다.
다시 한 번 설득을 해 “5·18 당시 전일빌딩에 있었던 그 언론사의 기자”라고 말하자 “시간이 나면 얼굴이나 한 번 봅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곧바로 자동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간 끝에 만난 그는 막 농사일을 마치고 온 듯 소탈한 복장에 인심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신을 1980년 당시 3공수여단 11대대 4지역대장이었던 신순용 소령이라고 밝힌 그는 “그동안 광주시민들이 얼마나 억울하게 살았냐”며 “그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을회관에서 두시간여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5·18의 숨겨진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신 전 소령은 자신이 부대원들과 함께 당시 시위대를 사살하고 직접 암매장했다고 고백했다.
이날 인터뷰 내용은 광주일보 지면을 통해 상세히 보도됐고, ‘양심선언을 환영한다’는 국회의원의 논평까지 이어지는 등 전국적 관심을 받았다.
70세가 가까운 나이에 37년 전 일을 또렷이 떠올리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그가 한가지 분명하게 기억하는 건 광주시민의 따뜻함이었다.
광주시민들은 하루종일 배를 곯은 그와 부대원들에게 빵과 음료수를 나눠 줬고 “오늘 저녁은 시위가 격렬해질테니 조심하라”고 일러주기까지 했다고 한다.
신 전 소령은 22일 기자의 전화를 반겼다. 전 날 옛 광주교도소를 찾아 암매장 조사에 참여해 마음 속 응어리를 조금은 덜어낸 듯 했다.
그는 “다행히 지형지물이 크게 바뀌지 않아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린 것 같다”며 “꼭 유해가 발견돼 광주시민의 한이 풀렸으면 한다”고 했다.
헬기사격·전투기 출격대기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와 암매장 발굴을 추진하고 있는 5·18기념재단은 당시 관련자들의 증언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광주시민은 37년 전 그날의 과오를 떳떳이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신 소령에게 따뜻한 시선과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있다. 신 소령 같은 용기있는 인사들의 양심고백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kimy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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